“체육수업이요? 겨울에 운동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눈싸움밖에 없어요."
신축중인 고층 아파트에 에워싸여 일조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보라초교(기흥읍 상갈리)는 한낮인데도 운동장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그동안 쌓인 눈이 그대로 벌판을 이루고 있었다. 그나마 햇빛이 스며든 연단 앞쪽으로는 정지작업이 되지 않아 발이 빠질 만큼 질퍽거려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받는 것은 엄두도 못낼 상황이다.

2년전까지만 해도 나무, 꽃이 심겨졌던 진입로 화단은 뭉개진지 오래고 교문에 이르는 70m길목 가에는 조립식 공사경계 담장이 높게 올려져 있어 삭막하기만하다.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막 20층을 넘어서기 시작한 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뿐이다.

문영헌 교감은 “태양의 고도가 낮은 11월부터 2월까지는 아침에만 조금 햇빛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요즘 같은 겨울에는 운동장에서 조회나 체육수업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여름에는 아파트에 가려 통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더위 속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학교는 최근 증축공사를 시작, 학기 중인데도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실 위층에 자재를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건물에는 외부작업을 위해 쳐놓은 파이프비계가 안전장치 없이 얼기설기 쳐져 있고 철근을 들어올리는 차량 사이로 학생들이 통행하는 모습이 아찔해 보였다.

인근 주공아파트의 입주가 내년부터 시작됨에 따라 15학급을 30학급으로 증설해야 하기 때문에 증축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학생들의 안전은 뒷전인 듯 했다.

아늑하고 쾌적했던 환경은 간데 없고 아이들은 무방비로 공사현장 한가운데 방치돼 있는 것이 개발지역 학교의 현실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보라초교비상대책위의 한 학부모는 “보라초교 문제는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 교육의 장을 짓밟은 행위"라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교육환경을 올바르게 갖춰주는 것이고 등교거부 등 집단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관계 기관이 관심을 가지고 그 이전에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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