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문화인프라 활용 지역주민·시민단체·사업자 협력체제로

최근 용인시의 「중국문화낙원」 유치 계획은 ‘동북공정’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비판을 받고 있다. 시는 관광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각계 전문가<본지 255호〉를 비롯한 지역인사, 일부 시민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대내외적인 역사문제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지금까지 용인시가 보여온 관광정책의 비계획성, 전시성 이벤트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

마루타박물관 건립 무산

2002년 3월, ‘축, 마루타 박물관 건립’‘영화 애국자 조폭 촬영’ 등을 내건 현수막이 시청과 의회를 중심으로 한 시내 곳곳에 걸렸다.〈본지 142호 1면〉

국내 최초로 원삼면 문촌리 일대 1만7000평 규모로 ‘마루타 박물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은 언론을 비롯한 각계 인사,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박물관 관련사업의 일환으로 (주)시네마엔터테인먼트와 (주)마루라는 두 회사가 용인시와 의회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합작형식의 영화 ‘애국자 조폭’을 공동 제작하겠다는 공식 발표까지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거는 기대는 점점 더 커져갔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박물관 건립과 세트장 유치는 흔적 없이 묻혀 버렸고 일부에서는 “땅 값만 올려놓았다”는 냉소적인 반응만 나올 뿐이다. 현재까지 이 사업의 진행과정과 결과에 대한 어떤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이 뿐 아니라 시는 4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지불해 ‘용인 관광비전 21 종합계획(2001년 5월)’까지 세워 ‘관광도시 용인’의 밑그림을 거창하게 그렸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미 그 계획은 ‘실종’된 상황이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자연경관과 문화·역사적 배경에 따라 특화관광지구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파생 효과와 법적근거를 자세히 분석해 놓았다. 또한 지역별 특성에 따라 문화 인프라 계획안을 제시하는 등 용인시 관광정책의 조감도를 세부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2002년을 시작으로 3단계 발전계획을 통해 수도권 최대의 관광특구로 거듭나겠다던 ‘관광비전 21’의 결과는 초라하다. 당시 전면으로 내세웠던 이동호·용담호 개발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고 재래시장·박물관·역사유적을 자원화하겠다는 계획은 좌전고개에 짓는 3·21만세운동 기념공원 외에는 방치된 상태다.

그나마 기흥저수지 수상테마파크 개발, 원삼면 일대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그린투어리즘’문화관광 산업이 주민과 공동으로 진행 중에 있을 뿐이다.

거액을 들여 짜놓은 구체적인 정책을 사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존의 문화인프라 활용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유지에서도 시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왔다.

지난해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 유무에 대한 논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선정된 ‘용인 8경’에서도 그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시는 용인 8경을 전국적인 관광상품으로 알리기 위해 사진공모전을 개최하고, 기존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코스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1년 동안 시행된 것은 전혀 없었다.

관광진흥은 꼭 가야 할 길

용인시는 2008년부터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관광산업 육성정책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시 관계자는 “에버랜드, 민속촌 입장객 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며 “세수가 줄게 되면 지자체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중국문화낙원 추진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관광산업의 지역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세수확대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고용창출, 시장확대, 시의 이미지 제고 등 셀 수 없이 많다.

각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민선3기를 맞은 용인시의 관광정책은 지금까지 전략적이기 보다는 ‘즉흥성, 전시성’에 매몰된 단기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포화를 맞아왔다.

도·농 복합도시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에버랜드, 한국민속촌과 같은 몇 몇 대규모 시설에 관광수익 대부분을 의존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문화낙원 유치를 전시행정의 표본이라 지적하고 이번 기회에 전체적인 관광정책의 틀을 재검토해 용인의 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관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에버랜드는 2002년부터 2004년 상반기 입장객수가 최고 15%까지 감소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폭염, 장마, 사스 등의 이상기후와 질병, 이라크 전쟁, 장기적인 불황을 입장객의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각 지자체별 소규모 테마파크 증가와 지역축제로 내국인 입장객수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용인시의 ‘중국문화낙원유캄안에 대해서도 “관광테마파크가 1000만명을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다”면서 “용인시가 집행력 부분에서 신규투자보다는 기존시설과 연계한 활성화 방안을 찾고 문화관광시설을 보완하는 데 주력할 때고 그것이 지금의 추세”라고 조언했다.

관광개념의 일관성 유지돼야

그럼 대안은 뭘까. 우선 관광전략의 컨셉(개념)을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성 유치 입지로 거론되고 있는 원삼면의 경우, 약초골 마을 등 친환경 관광농업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한 의병항쟁과 3.1만세 운동 등 역사적 흔적이 널려 있기도 하다. 좌전고개에 추진중인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이 대표적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문화의 상징인 자금성 유치를 추진하는 것은 켄셥의 일관성 면에서도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이 곳에 한 민족 역사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민족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면 개념의 일관성 면에서 더욱 적절할 것이다. 또 ‘10대 테마 박물관’을 적극 유치하는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도심 인근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특별한 자연환경이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용인 동부권은 그간 쇳대박물관, 전각박물관, 티벳박물관, 한국 선사화 박물관, 차 박물관 등에서 이전 또는 신설을 추진해 왔다. 이를 적극적인 자세로 유치해 ‘10대 테마 박물관’을 세운다면 야외 테마민속 박물관인 한국 민속촌과 세계적인 테마 파크인 삼성 에버랜드 등과 함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미래지향적 관광전략으로서 매우 성공 전망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한국정책 4호에서 이연택 한양대 관광정책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관광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미약하고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며 투자측면에서도 내부개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정책이 이벤트적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광정책의 전과정을 전담할 수 있는 지역관광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생산적인 정책참여망을 통해 지역주민, 지역사업자,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관계 구성은 시장조사에 기초한 마케팅은 물론 지속적인 투자유치도 가능하게 한다”고 전망했다.

전자영,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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