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최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인허가 관련 민원 사례를 지적했다고 합니다.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이라 그 당시 분위기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자리에서 한 표현은 기록으로 박제화됐습니다.

“공직자들이 인허가 처리를 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거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시민으로선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라며 “모든 공직자는 내가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해당 인허가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 민원이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등을 따져보고 성의 있는 태도로 처리하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격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기우부터 넌지시 꺼내면 혹여나 법 언저리에 있는 상황을 악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쩔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우려는 미미합니다.

오히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상당히 정성스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용인에는 여전히 개발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사업자와 지역주민 간 갈등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갈등의 정점에는 ‘행정’이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피해를 보고, 또 그만큼 피해가 예상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통상의 해결책이었습니다. 민원인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방면을 쫓아다녀도 법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는 참담한 답변에 한탄하는 시민도 참 많이 만나봤습니다.

행정은 결국 사업자 편이라는 자조가 행정 불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봐왔습니다. 갈등의 한 축에 서 있던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성의 있는 태도가 분명합니다.

공무원이 듣기에는 불편할 수 있을 겁니다. 시민 입장에서 처리를 하고 싶어도 행정이란 게 그렇게 하지 못하니 말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닌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니, 이상일 시장의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란 말에 끄덕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운해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낸 한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정상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고,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최소 범위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개인 능력이나 문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직이 나서고 시스템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용인은 여전히 역동적입니다. 처인구 도심은 더 팽창할 것이며, 기흥구 수지구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민원은 이어질 것입니다.

용인시가 시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시청 누리집에 만든 ‘시민청원 두드림’만 봐도 인허가와 관련한 시민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집니다.

이어 달린 답변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저래 해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서에서 아니면 용인시가 나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는 단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문서로 만든 법이고, 조례고 규칙 때문일 것입니다.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엇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은 상당히 신중해야 합니다. '아‘와’어'가 다르다고 하소연해도 듣는 이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그 책임 절반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있는 고위공직자나 책임자가 먼저 나서야 할 것입니다. 아마 이상일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이 말을 한 이유도 그런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현장에서 민원인을 대할 때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등을 따져보고 성의 있는 태도로 처리하도록 든든한 배후 세력이 되어 줄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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