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먹을까?’ 이 생각엔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을지 즐거운 상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부로서 오늘은 또 무엇을 요리해서 가족들에게 먹여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나 숙제라고 해야 할까. 결정장애 비슷한 것이 있는 필자로선 요리과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지 고르는 게 더 막막했다.

필자 냉장고 문에는 냉장고 안에 어떤 식재료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메모판이 붙어있다.
필자 냉장고 문에는 냉장고 안에 어떤 식재료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메모판이 붙어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식단 짜기였다. 미리미리 무엇을 먹을지 적어놓으면 그날이 되었을 때 고민할 필요 없이 계획한 대로 요리를 하면 된다. 선택과 결정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식단을 계획하기 위해선 집에 음식 재료가 뭐가 있는 지, 무엇을 더 사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어야 했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구석구석 뒤적거려야 했다. 상온에 보관하는 음식 재료도 있어 따로 찾아봐야 했다. 번거로웠다. 까딱하면 모르고 있다가 상한 채 발견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있었다.

아깝고 속상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냉장고와 상온에 보관하고 있는 음식재료까지 적어놓는 메모판이었다. 투명한 비닐재질이었는데 물을 묻혀 냉장고 문에 붙이는 방식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해 식탁에 쭉 펼쳐놓고 무엇을 구입했는지 표에 적었다. 때로는 식품 소비기한(예전 유통기한)을 함께 적어놓기도 했다.

효율적으로 보기 위해 냉장칸에 들어가는 것과 냉동칸에 들어가는 것을 따로 구분해서 적어놓았다. 상온 보관하는 것도 적었다. 그렇게 해놓으니 우리집 식품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한눈에 알 수 있었고, 뭐가 더 필요한 지 알게 되었다.

날짜가 지나가면서 소비기한이 임박해 오거나, 상태가 변해 빨리 먹어야 하는 것들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몰라서 안해 먹다가 나중에 버리게 되는 일이 없어졌다. 또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로 무슨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지 적어놓기도 했다. 식단을 계획할 때 도움이 되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히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식단을 계획해서 짜다 보니 한 달 동안 그래도 나름 식구들을 위해 이것저것 ‘골고루 열심히 해먹였구나’ 뿌듯하기도 했다.

우리 가족에게만 좋은 게 아니다. 냉장고 앞에 붙여놓으니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횟수가 줄어 당연히 전기사용량이 감소했다. 계획적으로 소비하게 되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었다. 작은 실천으로 생각보다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

요즘은 스마트냉장고니 AI냉장고라 해서 냉장고 문에 여러 가지 첨단 기능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 문 화면이 작은 컴퓨터, 패드 기능을 해 이것저것 검색도 하고, 가족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 기능 중에는 필자의 아날로그 메모판처럼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표시해놓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좋은 기능이다. 잘 활용하면 좋겠다.

필자가 사용하는 메모판은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다. 냉장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이 메모판은 계속 사용될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니 ‘냉장고 메모시트’ ‘냉장고 메모보드’라 해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이 나와 있었다. 꼭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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