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기억을 되살려 짧게 잡아도 15년은 넘어 보입니다. 연탄 배달을 업으로 하던 한 60대 노인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와 연탄재 묻은 손으로 손자를 살갑게 안아주던 모습은 마치 지난해 연말 본 듯 잊히지 않습니다.

그 기사를 찾기 위해 30여 분을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그 ‘정 내음’이 그리웠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연탄 나눔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에 가장 중요한 건 난방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여기에 김장 김치까지 더해진 소식은 지역사회 곳곳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연탄은 겨울 한기를 이겨내는 난방 수단에서 밀려난 지 오래입니다. 과학은 연탄을 대신해 더 세련되고 고급화된 장치를 내놨으며, 우리는 과학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적응해 왔습니다. 그렇게 연탄은 일부에서만 사용되는 특수한 물품 정도가 됐습니다.

그런 연탄이 타고 남은 재는 겨울철 또 다른 역할을 해왔습니다. 염화칼슘과 같은 제설 장비가 부족하던 시절, 연탄재는 길 미끄럼을 방지하던 역할도 꿋꿋하게 해왔습니다.

이를 두고 어느 시인은 연탄 한 장을 두고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았네’라고 표현했습니다.

올겨울 추위가 상당히 매섭습니다. 수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추위는 체감자에 따라 상대적이긴 하지만 자연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분명합니다.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고, 나아가 신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자연이 정한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자연법칙을 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때 ‘지구 온난화’란 말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구가 따뜻해진다는 것입니다. 겨울 추위가 사라진다는 것 정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가을이나 봄 이를 넘어 여름처럼 변하진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를 대신해 이상기후란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기후가 이상해졌단 소리입니다. 이상하단 소리는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굳이 세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일상에서 직면하는 당혹스러운 날씨에 이상기후는 지구 온난화보다 더 와닿습니다.

기후가 종잡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은 자연법칙 역시 상당히 복잡해졌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 복잡한 자연 셈법에 인류도 생존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속수무책이란 말이 더 적절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용인시가 매년 하는 사랑의 열차 이어달리기처럼 이웃을 돕고, 찾아가 안부를 묻는 인간의 근본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매년 그렇게 시민들은 자연이 만든 한기를 정과 관심을 모아 온기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눴습니다. 온기는 말 그대로 나누는 것입니다. 마치 한 시인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라는 표현에 답이라도 하듯 말입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실천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을 존중합니다.

그런 사회가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2024년이 한 달이 다 지나고 있습니다. 벌써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빠릅니다. 굳이 작심삼일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개인 일상을 보면 시간의 빠름을 어렵지 않게 느낄 것입니다.

추위는 여전히 맹렬하고, 서민 삶 역시 여전히 팍팍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품습니다. 지나간 시간보다 아직 남은 세월이 많기 때문입니다.

2024년은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겨울은 곧 끝이 나고 온몸 시리게 한 추위 역시 응당 달아날 것입니다. 다시 봄이 오고 제아무리 고달픈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한들, 곁을 살피면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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