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해 첫날에는 뒷산에 올라 해맞이를 한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한 해 동안 우리 가족이 건강하기를 두 손 모아 비는 것이 연례행사이다.

잘 말린 뒤 펴서 모아놓은 우유팩
잘 말린 뒤 펴서 모아놓은 우유팩

올해에도 해맞이를 위해 옷을 두둑하게 입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아침 안개가 짙어 해님은 만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새해에도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 전에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등의 채소에 우유를 넣고 갈아서 먹는다. 퇴직한 남편이 한두 번 만들기 시작하면서 당번이 되어 7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들어 먹고 있다.

필자는 젊은 시절 우유를 먹으면 소화를 잘 못시켰는데, 매일 먹다 보니 이젠 더부룩함이 없어지고, 채소 주스 때문인지 건강검진을 하면 건강 수치가 안 좋은 쪽에서 양호한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유를 자주 마시다 보니 우유 팩이 많이 쌓인다. 우유 팩을 읍·면·동 등에 가져가면 휴지와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준다는 용인시 홍보물을 본 적이 있어서 전원으로 이사 온 후에 면사무소에 전화로 문의해 보았다.

우유 팩 1kg당 휴지 1개와 10리터 짜리 종량제 봉투, 건전지 15개당 10리터 짜리 종량제봉투를 받을 수 있다고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처인구 원삼면행정복지센터에서 우유 팩과 교환한 종량제봉투와 두루마리 휴지
처인구 원삼면행정복지센터에서 우유 팩과 교환한 종량제봉투와 두루마리 휴지

우유 팩 1kg은 200ml 짜리 100개, 500ml 55개, 1000ml는 35개 정도 모아야 한다. 우유 팩을 물에 한 번 헹구어 가위로 오려서 말린 후, 1kg이 될 때까지 보관하는 데는 작은 번거로움이 있다. 우유 팩 모으는 일이 경제적인 가치로만 생각하면 하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종이의 원료인 천연펄프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펄프 수입을 줄이고 산림 훼손을 적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 뿌듯한 일이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우유 팩이 종이로 재탄생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기에 재활용할 수 있게 모으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우유 팩 수거율은 2022년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유 팩이 100% 재활용된다면 20년생 소나무 13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아침 TV에서 기상청 관계자가 나와 2024년은 ‘이상기후의 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해마다 기후변화가 심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을 훼손하고, 과소비하는 것 등 우리의 비 생태적인 행동과 기상이변은 별개라고 생각해 온 것 같다.

손주들이 놀러 오면 용돈을 얼마 줄까? 반찬은 무얼 해주나? 늘 고민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과도한 편안함만 추구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지구야 미안해. 아이들아 미안해. 올해부터는 탄소 중립을 위해 불편하고 힘들어도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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