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데뷔작이라 볼 수 있는 1991년 작 소설 개미가 있습니다. 그 시절 책을 펴고 접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용의 꼼꼼함은 마치 현미경으로 개미 한 마리에서 무리까지 살피는 듯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개미 의사 전달 방식입니다. 그들은 인간처럼 소리가 아닌 화학성분을 이용해 대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대화 속도가 인간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의사소통이 그리 빠르니 아무래도 인간보다는 대화에 필요한 시간이 줄 수밖에 없으며, 그 시간을 이용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어디 의사 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대화 시간만 줄어든다는 의미가 있을까요. 불필요한 내용은 아마 대화 주제가 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불필요한 대화가 없으니 오해가 생길만한 상황도 그리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도 그럴까요. 아주 필요한 대화 이외 침묵한다면. 어떤 오해나 공격을 받지 않을까요. 지금껏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음성으로 전하는 대화 외 인간은 다양한 신체 표현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인간은 문자란 것을 발명해 시공을 초월한 소통도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뿐입니까. 과학은 인간과 인간만의 대화가 아닌 인간과 기계 간 상당히 심도 있는 의사 전달이 이뤄질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기계나 과학과 대화를 했다고는 말하기에 주춤합니다. 감정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길들여진다는 것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해 본 경험이 있다면 잘 알 겁니다. 긴 시간 함께 생활한 반려동물은 사람 말을 곧잘 알아 듣습니다. 앉으라는 말도 또 특정 물건을 가져오라는 지시에도 상당히 잘 따릅니다.

비록 인간 언어로 소통하지만 이를 대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 말과 행동 나아가 억양 등등 반복되는 일상에 길들었을 뿐, 어순을 바꾸거나 명령 순서를 바꾸게 되면 동물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대화는 사람 간 감정을 갖고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의미가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그런데 감정이란게 참 묘한 가치입니다. 같은 언어 표현이라 할지라도 감정이란게 이입되면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이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듣는 이는 정확히 그런 취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말은 하는 사람 처지만 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 맞춰야 하는 이유는 아닐까요.

용인시가 최근 내는 보도자료를 보면 시의원이 한 발언이 사실과 다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는 일종의 반박 자료가 많습니다.

5일 용인시는 박인철 시의원이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과 관련해 근거 논리도 없이 시장 공격하는 태도에 한심하다는 제목의 글을 냈습니다. 분량으로 보면 시가 낸 보도자료가 박 의원 글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습니다.

굳이 두 글에 적힌 내용을 따져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읽은 바로는 두 글 다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정 추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명 둘 중 한 글은 상당히 그릇된 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누구의 감정이냐는 것입니다. 이상일 시장도 박인철 시의원도 모두 선거를 통해 공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지지자가 있으며 챙겨야 할 목소리 역시 크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정치인입니다. 대화가 오롯이 사적 영역이 될 수 없습니다. 개인감정이 지배하는 대화 역시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용인을 위해 일한다는 것입니다.

용인은 시장과 시의원에게 다른 가치가 아닐 것입니다. 용인시민 역시 제각각 다른 대상이 아닙니다. 혹여 개인감정이 앞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잠깐 멈춰 되돌아봤으면 합니다.

대화는 듣는 사람을 잘 이해하고 또 잘 이해 시켜야 합니다. 거짓이나 강압, 욕설, 폄하 막말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아주 강력한 표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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