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2024년입니다. 한해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건강과 부자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저마다 바람이 담긴 계획 전부 한톨 빠짐없이 다 이뤄졌음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민 바람 중 하나는 아마 일상회복이 아닐까 합니다.

일상회복이란 표현은 아무래도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직후 나온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때만 해도 몇 개월이면 감염병이 종식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지금까지 그랬기 때문입니다.

1년을 넘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감염자가 생길 것이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게 일상이 꼼짝없이 멈추자 우리는 과거 어느 날을 그리워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감염병은 우리 일상을 더 옥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차근차근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염병 약화가 곧 2019년 여느날처럼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 시국보다 못하다는 하소연도 어렵지 않게 들렸습니다. 지난 3년여간 누적된 일상 힘겨움이 쉽사리 풀리겠습니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지도 못할 터.

2024년도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더 암울하게 말한다면 향후 수년은 더 견뎌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해 폐지 수집 노인 현황입니다.

전국적으로 폐지를 이용해 돈을 버는 노인 인구가 4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체 노인인구 대비 0.4% 정도입니다. 이들이 하루 종일 다녀 모은 폐지를 팔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6천 원을 약간 넘는다고 합니다. 한 달로 따지면 월 16만 원 정도입니다.

아시겠지만 요즘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기위해서는 만 원 한장이 족히 있어야 합니다. 외식 비용을 줄일 참으로 시장을 가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결국 그 돈으로 한 달은 고사하고 보름치 정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데 대부분 사용될 겁니다.

일상회복은 어쩜 사실상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우리는 직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일상회복을 막고 있는 것은 감염병이 아니라 우리 일상 자체라는 말도 나올법합니다. 누구를 탓하고 요행을 바라지 못합니다.

올해는 일상회복이 아니라 일상을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입니다. 그 피할 수 없는 고단함은 회복 대상이 아니라 극복대상입니다. 멀리보면 일제 강점기때도 그랬으며, 전후 보릿고개 때도 그랬습니다.

어릴적 집 앞에 대추나무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거칠게 분 태풍에 뿌리까지 뽑혀 생명을 다하기 전까지 매년 두어가마에 이르는 대추를 수확할만큼 제법 규모가 있었습니다. 수확이 끝난 대추나무 가지를 보면 참 거칠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뾰족한 가시도 있었으며, 꾸불한 모양새도 그리 참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잎사귀도 열매도 모조리 다 떨어진 겨울이면 가지에 시커먼 비닐이 볼 품 없이 매달리는 것도 종종 봐왔습니다.

마치 ‘대추나무에 연 걸린 듯’ 태연스럽게 휘날렸습니다. 이래저래 정말 대추나무에 연 걸린 듯 빚을 지거나 힘겨운 상황에 놓였을 때 하는 관용구이기도 합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 주변 많은 이웃도 ‘대추나무에 연 걸린’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지치기를 해 애초 문제 근원이 되는 것을 막아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당분간 열매는 고사하고 튼실한 나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걸린 연을 힘들어도 하나하나 치우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란 의미 아닐까요.

이 겨울 지나 새 생명 피어날 즈음이면 주변은 다시 분잡해질 것입니다. 힘들다 외롭다 하면서도 또 씩씩하게 일분일초를 보낼 것입니다. 힘겨움을 살뜰히 조각내면 곳곳에 행복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 행복을 발판 삼아 대추나무에 걸린 연을 하나 하나 치우는 것이 일상회복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새로운 일상의 적응이 아닐까 합니다.

2024년은 주머니에 조금 무거운 돌 하나 넣고 시작하지만 그 마무리 할 즈음 그 주머니 속에는 다른 것이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2024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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