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인류사에서 자연환경이 인류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습니다. 혹여 인류가 시건방지게 자연을 정복할라치면 여지없이 응징했습니다. 하물며 파멸에 가까운 엄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속 깊은 자연의 품에서 고작 수백 년을 안일하게 살았다고 다시금 위기 앞에 직면했습니다.

전문가가 학문적으로 경고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자연법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계절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는 ‘내일이면 늦으리’라며 스스로 경고를 내렸지만 일상의 무감은 경고를 긴 시간 무시하고 살아온 듯합니다.

이제야 인류가 자연 회복 대응책을 범 지구 차원에서 하고 있지만, 상태가 나아질지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저 결과를 늦추는 것 외는 막을 도리가 없다는 한탄도 나옵니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모양입니다.

올해 6월부터 전국 10여 개 도시를 찾아 탄소중립 정책 현황을 취재했습니다. 기획보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관심도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저마다 ‘탄소중립’이란 큰 그림 아래 자연을 지키기 위한 행정을 계획하고, 또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대구시와 같은 대도시에서 경남 합천군 같은 소도시까지 실천 의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만의 몫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와 부산광역시를 찾는 관광객 역시 탄소중립 정책에 공감대를 확실히 보였습니다. 이는 특정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인시도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도 용인시에 유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용인시가 수소 산업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수소에너지 자족 소도시, ‘경기도형 미니 수소 도시’ 1호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미니 수소 도시 조성 사업은 도가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전 분야 기반 시설에 대해 지원하되, 기초지자체가 자체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신청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용인시엔 3년간 총 100억 원이 투입됩니다.

4개월여간 진행한 취재 결과를 한마디로 한다면 솔직히 ‘한계’입니다. 희망을 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 예산도 그렇지만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은 분명한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도 확인 가능하니 나름 보람도 느낍니다. 시민도 사업하는 사람 모두 맞아떨어지는 행정 방식인 셈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개념이 다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민이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행정을 어떤 방법으로 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때도 있습니다.

이는 취재 과정에서도 상당히 느낀 부분입니다. 천편일률에 가까운 행정이 주를 이룹니다. 국가가 나서 추진하는 사업인 데다 자연이란 대명제 앞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이 대동소이한 것도 설득력 있는 말이긴 합니다.

그렇다해도 ‘자연을 보호’하는 방법은 사는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일 년에 관광객만 수백만 명이 오는 제주도에서 지역 주민만 대상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반쪽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낼 뿐입니다.

구 10만도 채 되지 않은 농업지역인 합천군에서 일회용 컵 회수나, 산업단지 및 상권에 맞춘 탄소중립 정책 역시 성과가 미흡하지 않을까요. 지역 현실에 맞춘 대응책을 명확하게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용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규모, 산업화 정도, 공동체 구성 현황 등등 세밀하게 따지면 필요 요소와 우선순위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여기에 주변 이웃 도시와 연계성까지 따진다면 시민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분명해집니다.

내일이면 늦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는 밤하늘 가득 찬 별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공장 폐수에 개울물이 오염되면 어쩌나, 푸른 숲을 파헤치고 회색 빌딩 숲이 들어선 도시를 보며 한숨 쉬는 것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다릅니다. 더 늦기 전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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