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적어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합니다. 따라서 그 의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촌철살인은 작은 철 하나로 사람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말 한마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자신이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권력에 맞서 냉철한 이성으로 맞서는 자세를 말하기도 합니다. 언론이 이런 역할을 제법 많이 해왔습니다. 강자 앞에서도 절대 권력 앞에서도 할 말을 하는, 그래서 권위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작금의 언론 현실을 살피면 촌철살인은 이미 옛말이 된 듯합니다. 언론 역할이 예전 같지 않으며, 시대 역시 예전처럼 흑막에 가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더 단순화하면 언론 사명은 진실 추구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엇보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는 절대 아닐 것입니다.

시대 변화에 기자 역할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자 스스로 그들 가치를 내려놓은 면도 많습니다. 기레기(기자+쓰레기)니 기더기(기자+구더기)란 말은 직업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일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기자가 진실을 외면하면 존재 가치는 그만큼 퇴색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퇴색된 기자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촌철살인보다 눈요기나 흔히 말하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기사가 말 그대로 도배되는 경우가 많으니 읽는 이로 하여금 진정성 있는 기자 찾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도 기자를 그렇게 취급하고 있는 듯합니다. 신뢰는 잃고 광고나 정보 정도를 파는 직장인 정도로 말입니다. 정작 진실 앞에서는 게으름 피우고 또 외면한다고 따갑게 혼냅니다.

그러니 누가 언론을 인정하고, 가치를 높게 평가하겠습니까. 오히려 언론은 이용할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정말 쉬울 수도 있습니다. 자본입니다. 돈 입니다. ‘광고’이며 ‘구독료’입니다.

언론 시장으로 몰리는 자본이 그 어느 때보다 메말랐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광고와 구독료는 언론 정체성을 바꿀 큰 변수임이 틀림없습니다. 언론 존재 가치인 진실 추구에 앞서기도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형편없이 흔들리는 언론이지만 그래도 그 존재를 휘어잡기 위한 권력이 요망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장악이라고도 합니다. 근근이 언론 역할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자를 법으로 옥죄이고, 초가삼간 빈곳간 꾸역꾸역 유지하는 많은 지역 언론을 예산으로 무언의 압박을 가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촌철살인을 해야 한다? 내일 당장 밥줄이 끊겨도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두려운 말이며,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 언론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십 년 기자 생활에서 지키고자 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말입니다. 언론을 비유하는 말은 많습니다. 그중 ‘사회의 공기’라고도 할 만큼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전국 지역신문사가 모여 만든 단체가 있습니다. 최근 이 단체가 세미나를 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 변한 언론 시장을 이야기하고, 하소연하고 그러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았습니다.

진실 추구나 언론 역할을 고민하기에 앞서 생존 방식을 공유하고, 발길을 주지 않은 MZ(엠지)세대 즉 젊은 기자들을 모집하는 방법, 눈길도 주지 않는 무관심 독자에게 접근하는 수단 논의가 더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용인에서도 기자로 활동하는 것이 녹록지 않습니다. 중소 규모 자치단체에 기반한 지역신문 기자들은 말합니다. 용인은 부자 도시고, 큰 도시라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냐고.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답을 공허하게 할 뿐입니다.

언론 없는 세상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용인에서 언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촌철살인해볼까 합니다. 지역신문에 관심 가져 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더 원색적으로 신문 많이 구독해 주시고, 광고 많이 내 달라고 하고 싶지만, 장황한 긴 글로 포장해 봅니다. 감동 있는 글, 땀이 스며든 진실을 지면에 더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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