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문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규정 내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일상에서 당연한 듯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특정 지식으로 규정해 수용하지 못할 만큼 개념이 넓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의식주뿐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을 규정하는 용어 정도로 정리해도 될 듯합니다.

비슷한 의미 같지만 전혀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유행입니다. 사람이 창조하고 즐기는 것이니 문화와 유사해 보입니다.

차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문화는 유행에 비해 생활 속에 흡수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자리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때문에 ‘한때 유행’이라는 말은 있어도 ‘한때 문화’란 표현은 쉬 듣질 못했습니다.

출퇴근길 차량정체가 참 심합니다. 특히 심한 곳이 몇 곳 있습니다. 상습 정체 구간이라고 말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 보자 하지만 에누리 없이 막힙니다.

그런가 하면 또 이런 곳에서는 얌체 운전족이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합니다. 빨리 가봐야 몇 분 차이 나지 않겠지만 얌체족은 그리 사라집니다. 그 얌체 짓 생명력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하던 행동이 어느 순간 다수가 대수롭지 않게 악용합니다. 일종의 유행이 된 것입니다. 단속 사각지대에 놓이니 장시간 이런 행동은 방치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운전 문화로 자리했습니다.

굳이 규정해야 한다면 문화란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사람이 필요해 자연스레 받아들인 인간의 행동 말입니다.

지난해 이맘때입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도심지에서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젊디 젊은 목숨이 한순간에 사려졌습니다.

가족 잃은 심정은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것보다 더 시리고 아팠을 것입니다. 그렇게 365일을 보냈지만 평생 감당해야 할 슬픔은 오롯이 심장 한가운데 담고 있을 것이라 감히 말해봅니다.

그 365일 동안 우리 사회도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사건·사고도 잦았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낯부끄러운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팍팍한 생활 속에 서민은 하루하루 땀 흘리며 그 땀을 식힐 시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우리 일상에 무언가 새롭게 자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즐거움이나 쾌감이 아닌 아픔과 고통, 슬픔 같은 감정을 품어야 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는 타인의 슬픔은 조용히 외면하거나 잊으려 했습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품는 데 소홀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사회가 충격에 휩싸일 만큼 큰 사고가 생기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현장을 찾아 아픔을 나눴고,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되는 때는 없었습니다. 아니 사고 책임이나 수습은 언젠가 해결된다 해도 남은 가족이 감당해야 할 충격과 아픔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감당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찾아오던 발길도 위로해주던 목소리도 품어주던 마음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줄어듭니다.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퇴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치란 이 고약한 단어가 끼어들어 인간이 감내하기 힘든 아픔마저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는 이웃이 느끼는 힘겨움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전통으로 자리한 많은 문화가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익숙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해 받아들이는 것 중 ‘인본’ 즉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우선에 뒀기 때문에 만들어진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대가 변하니 그 사람 된 도리마저 유행처럼 취급당하는 것은 아닐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탄 섞인 심정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사회가 성숙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것이 튼튼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시대가 변할수록 인간이기 때문에 해야 할 행동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에서, 2022년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2016년 진도 앞 바다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이 남았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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