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원장
김승환 원장

주변을 둘러보면,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음에도 디스크가 재발하거나 극심한 후유증과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004년 발표한 척추수술 관련 소비자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접수된 척추질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187건이었다.

이 가운데 수술 관련 피해사례가 전체의 87.7%(164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척추 수술 부작용으로 2차 치료나 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증상이 악화돼 마비 등의 장애가 남은 경우가 89건(54.2%)에 달했다. 심지어 사망한 경우도 8건(4.9%)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척추 수술 관련 피해사례는 1999년 8건에서 2000년 15건, 2001년 32건, 2002년 50건, 2003년 59건으로 증가하며 연평균 3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질환별로는 통상 디스크로 알려져 있는 추간판탈출증이 전체의 50.5%에 해당하는 8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척추관 협착증 56건, 척추만곡증 8건, 골절 4건 등이었다.

이 자료는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관련 단체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접수한 사례를 토대로 낸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척추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이나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척추 질환에는 ‘척추수술실패증후군(FBSS)’이라는 질환이 있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이란 1회 내지 그 이상의 척추 수술을 받은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도리어 악화하거나, 수술 전에 없었던 새로운 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척추 수술이 증가함에 따라 ‘척추수술실패증후군’ 발생 빈도도 점점 늘고 있다.

척추 수술을 받는 디스크 환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디스크수술실패증후군’이라는 말이 별도로 쓰이기도 한다.

발생 시기는 크게 △수술 직후부터 3개월 이내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 △처음 얼마 동안 효과가 있는 듯하다가 3개월에서 1년 사이에 요통, 하지방사통, 하지저림 등의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 △1년 이후에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로 나뉜다.

디스크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발은 대게 수술 후 9개월 이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척추 수술 후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들 의료분쟁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하반신 마비 등 수술 후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중에 비수술 치료법으로도 충분히 회복 가능한 환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리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한 것일까? 가장 큰 책임은 환자들에게 있다.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한 번에’를 유달리 좋아한다. 보통 사람도 이러니 극심한 통증으로 직장이나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는 디스크 환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때 세계적 체조 스타로 추앙받다가 현재 척추 전문의로 잘 알려진 카린 비트너 얀쯔 박사는 병든 디스크를 대체하는 인공 디스크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척추 심포지엄을 위해 2005년 우리나라를 찾아온 그녀는 15년 동안 척추 전문의로 일해왔다.

하지만 수술 건수는 160~170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술 건수가 작은 데 대해 그녀는 “독일의 척추 전문의로서는 결코 적은 수술 건수가 아니다”라고 말해 독일과 한국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 디스크 환자들은 수술 한번 받는 것이 비수술 치료보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수술에 대한 선호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일단 수술만 하면 앓던 이를 뺀 것처럼 통증이 금세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어차피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빨리 받아서 완치시키는 게 낫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무너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허리가 아프다고 무턱대고 수술하고 나서 척추수술실패증후군으로 고통받는 당사자는 환자 본인이다. 허리가 아프다고 무작정 수술부터 받을 것이 아니라 정밀검사를 통해서 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존적 치료를 통해서 최대한 수술을 막는 것이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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