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솔직히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말입니다. 그 사이 나이는 ‘+3’됐지만 정작 변한 것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당시 불안과 걱정도 아련해졌습니다.

일상 회복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나날입니다.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종식이 아닌 위드 코로나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는 종식입니다.

마스크도 체온계도 선별진료소도 보기 힘듭니다. 언론도 더 이상 코로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외국으로 떠나는 사람은 셀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역시 한정 없습니다. 그러니 코로나는 더 이상 무서운 단어가 아닙니다. 혹시나 이 용어를 언급해도 주변에서는 무관심하거나 마치 철 지난 유행어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야기가 길어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감염병 감염보다 더 무서운 불안한 미래를 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을 걱정하며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만 주변에서는 극성이라고 은근히 눈치를 줍니다. 제법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있는 식당을 보며 또 누군가는 말합니다. 돈 많이 벌겠다고 말입니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처량하게 왜 그러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코로나도 끝났는데 왜 취업을 못 하냐고 속도 모르고 뼈아픈 질타를 던집니다. 직장인에게는 또 그런 말을 하지 않을까요. 네가 돈 버니 밥 한 끼 사달라고 말입니다.

3년여 만에 마스크를 벗으면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그저 마스크를 벗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정말 일상이 회복될 것이라 봤기 때문입니다. 요즘 주변을 다녀보니 일상 회복은커녕 차라리 코로나 시국이 그립다고 한탄하는 시민이 많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식당 문을 열어야만 간신히 운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마저 함께 일해온 동료에게는 그만둘 것을 부탁해야 했습니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급격하기 오른 요즘은 혼자 식당을 운영해도 적자가 나기도 한답니다. 여기에 코로나 시국에 진 빚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 둬야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하지만 찾는 손님은 없습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문화입니다. 일자리라도 있냐고요. 한번 다녀보십시오. 제대로 된 일자리 구하기가 어디 쉬운지요.

기흥구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난 50대 한 남성은 코로나 직후부터 2년 넘게 쉬고 있다고 합니다. 일상회복이란 말이 무색하게 회사로 복귀도 못 한답니다. 리모델링 등을 하던 사무실이 아직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직장인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식당에 오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회사도 예전 같지 않고 물가까지 오르는 그 마음이 오죽할까 충분히 이해됩니다.

너무 어둡고 절망만을 꼽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시민 입에서 희망이나 즐거움 혹은 기대와 같은 단어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특별한 집단’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을까요.

올해도 두 달여가 남았습니다. 곧 추위가 찾아오고 한겨울이 될 것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던 감염병이 창궐하던 시대를 보냈는데 무언들 견뎌내지 못할까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당장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아야 할 걱정에, 위태한 직장 생활에, 바로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함이 젊은이 특권인 양 된 지금. 위드 코로나는 희망이 아니라 미래를 담보로 희망을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절은 아닐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전으로 되돌리고 싶은 이도 많지 않을 겁니다. 과거 기분 좋은 어느 날로 가고 싶다는 하소연이 깊어질수록 현실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그저 과거 그 좋은 기분을 되뇌고 각인해 각박하고 힘겨운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자양분으로 여겨 봤으면 합니다. 스스로 위로하는 2023년 10월 어느 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드시 웃을 겁니다. 과거 어느 기분 좋은 날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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