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섭 변호사
이기섭 변호사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하므로(민법 제826조제1항본문), 부분간에 재산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 생활감정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

실제로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부별산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재산계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부재산계약은 부부가 혼인성립 전에(혼인성립전에 약정하는 것이므로 사실은 부부가 아니라 ‘예비부부’의 신분으로 약정하는 것이다) 그 재산에 관하여 별도로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신혼 주택으로 구입한 아파트는 부부공동의 명의로 등기한다는 약정 같은 것이다. 부부재산계약은 ‘재산’에 관한 약정이므로 재산이 아닌것에 관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육아와 가사는 부부가 절반씩 분담하기로 한다든지 또는 외박하면 이혼하기로 한다는 따위의 약정은 재산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약정하여도 효력이 없다.

한편, 부부재산계약은 일단 체결하면 혼인 중에는 이를 변경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혼인 중에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당사자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위와 같이, 부부는 혼인 성립 전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부부별산제가 적용된다.

부부별산제는 글자 그대로 부부가 별도로 각자의 재산을 가지는 제도로서, 부부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한다는 제도이다(제830조 제1항).

예컨대, 남편이 혼인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구입한 승용차는 남편의 특유재산이고, 아내가 혼인 전 가입한 청약예금은 아내의 특유재산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혼인 생활 중에 마련한 재산 특히 주택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의 경우이다. 혼인 생활 중 남편은 직장생활을 계속하여 월급을 받아오고 아내는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5년 또는 10년 동안 마련한 돈으로 생애 최초의 아파트를 구입하여 남편 명의로 등기를 마친다. 그 아파트는 누구의 재산인가?

다소 오래전의 판례이기는 하지만, 대법원이 1986. 9. 9. 선고한 85다카1337, 1338 사건의 판결 요지를 보면,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그의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그 부동산을 취득함에 있어 상대방의 협력이 있었다거나 혼인 생활에 있어 내조의 공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위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못하고, 그 부동산을 부부 각자가 대금의 일부씩을 분담하여 매수하였다거나 부부가 연대채무를 부담하여 매수하였다는 등의 실질적인 사유가 주장・입증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 추정을 번복하고 그 부동산을 부부의 공유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부연 설명하면, 남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였으면 그 주택은 남편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 아내가 공동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인정받으려면 주택구입자금을 실질적으로 분담한 사실이나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채무를 부담한 사실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

단지 육아나 가사노동으로 협력하였다는 사실 또는 남편의 직장생활에 내조의 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주택을 공동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1980년대에 있었던 것으로서 다소 오랜 시일이 경과된 것이기는 하나, 현재에도 같은 법리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혼인생활 중이 아니라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에는 부부쌍방의 협력으로 이룬 재산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인정함으로써 사정이 조금 다른점이 있다.

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의 요지를 보면,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부부가 혼인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부가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한, 처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내조를 함으로써 남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하였다면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된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혼하는 경우의 재산분할에 있어서는 처의 가사노동 또는 내조의 공을 인정함으로써 혼인생활중에 남편의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와는 다른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생각건대, 혼인생활 중 부부 일방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도 부부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것이 인정되는 한 그 공유의 비율은 하여간에 부부공동소유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법무법인 동천 031-33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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