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버섯을 보기 좋은 달이다. 물론 버섯은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통통하고 예쁜 뽀얀 버섯을 만날 수 있다.

먹물버섯
먹물버섯

양송이, 새송이, 표고, 느타리, 팽이, 노루궁뎅이, 목이, 영지, 상황버섯까지 정말 많은 버섯이 우리 밥상에, 때로는 약으로 찾아온다. 어렸을 때에는 그 독특한 냄새와 식감, 그리고 낯선 생김새 때문에 버섯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가며 버섯의 독특함이 맛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애써 찾게 되고 관심도 많아졌다. 버섯에 대한 관심은 비단 식탁에서 그치지 않고 들로 숲으로 확장되었다.

예전에 20대 때 충북의 어느 산으로 등산을 간 적이 있다. 산에 올라갈 때에는 몰랐는데 내려와 보니 동네 할머니들께서 자판을 벌려 갖가지 농산물과 임산물을 팔고 계셨다. 그중에 처음 보는 싸리버섯을 같이 갔던 일행들이 흔치 않은 거라며 사는 것을 보고 필자도 덩달아 샀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드렸더니 그날 저녁 맛있게 싸리버섯볶음을 해주셨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식구들이 난리가 났다. 네 명 중 세 명이 탈이 나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그런데 필자는 멀쩡했다.

곰보버섯
곰보버섯

알고 보니 싸리버섯의 독성분이 어떤 사람들에겐 배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버섯을 먹고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경험이 마트 이외의 버섯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버섯은 크게 균사체와 자실체로 이루어져 있다. 균사체는 식물의 가는 뿌리처럼 가늘고 하얗게 생긴 것이 땅 아래에서, 낙엽 밑에서, 나무속에서 길고 복잡하게 뻗어나가 얽히고설켜있다.

그중 한 부분이 땅 위나 낙엽이나 나무껍질 위로 튀어나와 우리가 버섯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자실체다.

균사체는 생긴 모습 그대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생장하는 역할을 하고, 자실체는 포자를 만들어 번식하는 역할을 한다.

표고버섯을 오래 보관하다 보면 갓 밑으로 푸르스름한 빛을 띄는 하얀 고운 가루 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포자다. 아이들과 같이 확인해보면 참 신기해 한다.

버섯을 보면 식물 같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버섯은 식물이나 동물이 아닌 제3의 범주인 균류에 속한다. 곰팡이도 균류다. 그런데 그 둘은 상당히 달라 보인다.

버섯은 나무껍질, 낙엽, 나무 밑동, 동물의 사체 등이 죽은, 때로는 죽어 가는 생물에서 자라면서, 그것들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그러기 위해 그것들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고, 점점 더 썩게 해서 결국엔 흙으로 섞이게 만든다.

버섯이 없다면 세상은 죽은 동식물이 쌓이고 쌓여 결국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다. 물론 버섯뿐만 아니라 작은 곤충들, 지렁이, 여러 조력자가 함께 힘을 모아 그런 거대한 일을 해내지만 말이다. 그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버섯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그 첫 번째가 버섯계의 슈퍼히어로 같이 생긴 노랑망태버섯이다. 검은색 머리 아래 노랑망태를 두른 모양이 아주 특이하고 아름답다.

노랑망태버섯
노랑망태버섯

숲에서 노랑망태버섯을 발견하면 마치 보물찾기에서 쪽지를 찾은 것 마냥 아주 신난다. 더욱이 노랑망태버섯의 망태가 피어올랐다가 질 때까지 겨우 두어 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니 그 절정을 만나게 되면 커다란 행운이다.

평범하게 생긴 붉은그물버섯은 갓을 자르게 되면 특별함이 보인다. 자른 단면이 공기와 만나면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화려한 색을 띈다. 눈앞에서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주 신기하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아주 맛있는 버섯으로 통하는 곰보버섯을 자연에서 무더기로 만난 경험이 있다. 미식가처럼 요리해볼 양으로 따와 데쳤다가 선뜻 낯선 음식에 용기가 나지 않아 후일을 도모하며 냉동실에 계속 보관하다 결국 그냥 버렸던 적이 있다. 다시 만난다면 그땐 먹어볼 용기가 생길까.

하얗게 올라왔다가 먹물처럼 녹아내린다는 먹물버섯은 식용이 가능하나 알코올과 반응하면 엄청난 복통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술로 속을 썩이는 남편에게 다음날 해장국에 일부러 먹물버섯을 넣어 끓이면 술을 안 먹은 부인은 멀쩡하나, 아직 알코올이 남아있는 남편은 엄청 고생해 술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지면이 모라랄 정도로 버섯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신기한 생태가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버섯을 발견하면 자연스레 툭 튀어나오는 말이 ‘독버섯이다’ 이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버섯 중에 실제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만한 독을 가진 버섯은 그리 많지 않다. 먹을 수 있는지, 독이 있어 위험한지 보다 가장 많은 게 ‘모른다’이다. 아직 버섯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남아있음을 말해 준다.

9월은 다양하고 많은 양의 버섯을 보기에 좋은 달이다. 여름 동안 내린 비로 숲은 습해져 있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9월 숲에서 버섯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생태와 아름다움에 대해 관찰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만지거나 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가 정답인 버섯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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