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살아있는 아름다운 것을 고르라 하면 나비가 1, 2, 3등 안에 들지 않을까?

배추흰나비를 잡아 관찰하고 있는 아이
배추흰나비를 잡아 관찰하고 있는 아이

어릴 적 필자는 나비를 많이 잡았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나 보다. 집 앞 텃밭과 마당 경계에 아기자기 심은 식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채송화, 봉숭아, 모란, 석류 등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의 집에는 언제나 꽃이 피었다.

텃밭 가장자리에 무심히 심어 놓은 부추에도 꽃이 피면 작은 나비들이 날아들었다. ‘정구지’라고 부르던 부추는 베어내도 또 나오고, 또 나오는 화수분이었다.

덤으로 꽃도 예쁘니 나비도 좋아했다. 나비가 다녀간 후 부추에 열매가 생겼는데, 그 통통한 열매 안의 씨앗은 까맣고도 까맸다. 부전나비가 주고 간 선물이었다.

지난 휴가 중 계곡에서 산제비나비를 보았다. 제비만큼 크고 검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산속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물이 고여있는 습한 땅 위에 떼로 모여 물을 마신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무리를 지어 다니는 나비가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메뚜기떼, 소떼, 코끼리떼, 철새떼는 들어봤어도 나비떼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은색의 큰 나비는 눈에 잘 띄고 빠르지 않지만, 아무도 잡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아우라가 남달라서 일 것이다.

많은 나비의 애벌레는 편식한다. 식물 잎이 다 같은 잎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직 우리나라에만 4천여 종의 식물이 산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배추흰나비는 들판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들판에 핀 꽃의 꿀을 빤다.

하지만 애벌레는 배추, 무, 냉이와 같은 십자화과 식물의 잎을 먹는다. 호랑나비는 숲에서 살기 때문에 꽃피는 철쭉, 엉겅퀴, 복숭아꽃 꿀을 빨고, 그 애벌레는 귤나무, 탱자나무, 산초나무, 황벽나무 등 운향과 식물 잎을 먹는다.

초록색 풀 위에 앉은 큰주홍부전나비
초록색 풀 위에 앉은 큰주홍부전나비

이렇게 나비는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먹어야 할 많은 양의 먹이를 공유하지 않고 몸을 키운다. 암컷 나비는 어떻게 애벌레에게 꼭 필요한 식물 위에 알을 낳는지, 자연의 질서가 정말 오묘하고 경이롭다.

나비는 예쁜 이름도 많다. 산꼬마표범나비, 꽃팔랑나비, 별박이세줄나비, 작은멋쟁이나비, 홍줄나비,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봄처녀나비 등 어쩜 이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이 쓴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1947)>에서 선생은 나비의 모습과 발견 장소 등의 정보를 가지고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필자의 어릴 적 놀이였던 나비 잡기를 요즘 아이들은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 아이도 나비를 보는 것, 쫓아 다니는 것으로 즐겼던 것 같아 ‘나비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에게 “엄마는 어릴 적 나비를 자주 잡으며 놀았다”고 하니 아이도 해보겠다고 했다.

처음 하는 시도라 풀밭을 뛰어다니는 것도 어설퍼 보였는데, 한눈을 파는 동안 나비 한 마리를 잡아 왔다. 배추흰나비였다. 첫 성공 경험을 가지고 여러 마리 잡아보겠다고 열정을 드러내는 아이에게, 나비는 날개를 잡히면 다시 날기 어려워져 금방 죽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손에 묻은 나비 날개의 비늘을 털며, 아이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렇다면 한 마리만 더 잡겠다”고 했다.

숨죽여서 살금살금, 그러다가 놓치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결국 나비를 잡았던 필자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났다. 그때 추억으로 지금을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이 깨끗한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