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내 금융시장은 중국발 쇼크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중국 총리 원자바오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빌미로 아시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외국인들이 엄청난 규모의 팔자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외평채 가산금리도 상승하는 등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경제에 대한 과열 우려는 올해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현재 중국경제가 1997년 태국 등의 금융위기 발생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지적을 비롯해 하드랜딩(Hard Landing)과 거품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은 피해 가기 어려운 수순이 되고 특히 아시아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실물경제 자체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현재 중국경제의 과열상태 자체는 인정하지만 중국정부의 긴축 대응으로 급격한 성장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정부는 경기과열과 그에 따른 후유증을 막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동원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계 증권사인 Citygroup은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중국 정부가 과잉투자 진정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한국의 수출 부문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철강과 화학산업은 어느 정도 영향을 피할 수 없겠지만 대중국 투자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제품이나 IT산업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린스펀의 경고로 제기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발 경제 쇼크 가능성 등 최근 부상된 대표적 악재의 공통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빨라야 8월 경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고, 중국 경제의 급격한 감속이 경제지표상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린스펀이나 원자바오의 언급은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수단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주가가 지난 1년 여에 걸쳐 상당히 올라 있는 상태라는 기술적인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향후 주식시장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해외변수들에 의해서 내수회복 기대 등 현재의 경제전망이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제까지보다는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할 듯하다.

/정창식(겟모어증권 영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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