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날씨 예보는 긴 장마와 폭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겹게도 비가 내렸고 틈틈이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었다. 글을 쓰는 오늘(7월 26일) 기상청은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여지는 남아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땅 밖으로 나온 매미 애벌레 모습
땅 밖으로 나온 매미 애벌레 모습

그럴 수 있지. 어디 요즘 날씨를 확신할 수 있던가? 기상청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뻔하게 분석하며 예보할 수 있었던 기후시스템이 아닌 지 오래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어온 습관 같던 기후가 어느 날 갑자기 달라져 훅 들어오던 게 비일비재해졌다. 말 그대로 기후 변화가 일어났다.

누구나 알고 있듯 대기에 뿜어져 나온 온실가스의 과다 공급으로 지구의 기온은 올라갔고, 이 변화가 전체 지구 기후시스템의 균형을 깨뜨려버렸다. 시시때때로 이젠 더 자주 기후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긴 장마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꺼낸 까닭은 긴 장마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고온 다습한 날씨는 음식을 더 빨리 상하게 하며, 빨래가 힘들어지고, 아무리 제습기를 사용한다 해도 자연스럽지 않다.

비가 오면 밖에 나가는 일이 힘들고 거추장스러워진다. 그 핑계로 자주 해오던 걷기 운동도 못하게 되었다. 숲에 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비가 오지 않는 때가 간간이 생기게 되었고, 짬을 내어 얼른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지구 손곡천을 따라 동막천, 그리고 탄천에 이르는 길은 정말 운동이나 산책하기 좋다. 밤늦은 시간에도 길을 따라 걷거나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꺼비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꺼비

그날도 밤 산책을 겸해 뻣뻣해진 무릎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나 둘 하나 둘, 갑자기 내 발로 무언가가 돌진해왔다. 돌멩이처럼 딱딱하지 않았지만 뭔가 물컹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뭐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 딱 돌멩이처럼 보이는 두꺼비였다. 그것도 꽤 큰, 어른 주먹만 한 크기였다. 세상에! 두꺼비와의 교통사고다!

이게 웬 횡재냐, 반가움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코앞까지 갖다 대는데도 가만히 있어 갑자기 달려들까봐 오히려 겁을 내고 있는 차에 별안간 두꺼비가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른 줄 몰랐다. 거북이와 마찬가지로 느림의 대명사 아니었던가. 커다란 덩치로 어기적어기적 기어 다닐 줄 알았는데, 폴짝폴짝 빠르게 뛰어갔다. 점프를 하다가 앞뒤 네 발을 엇갈리며 빠르게 뛰기도 했다.

두꺼비는 다른 양서류인 참개구리나 청개구리와 다르게 피부도 오돌도돌 돌기가 나 있다. 또 피부에선 ‘부포탈린’이라는 독성분이 나온다. 두꺼비를 황소개구리인줄 알고 먹었다가 사망한 사례까지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알에도 독이 있다니 무시무시하다.

두꺼비 알은 봄에 도롱뇽, 산개구리알과 함께 보이는데 모양에 있어 크게 차이가 있다. 산개구리알은 동그란 알들이 모여 있는 비누거품 같은 모양이고, 도롱뇽알은 둥글게 또아리를 틀고 있고, 두꺼비알은 길게 뻗어있다. 셋 다 투명한 우무질에 까만 알들이 들어있다.

예로부터 복두꺼비, 떡두꺼비, 금두꺼비란 말을 쓰며 친근감 있는 존재로 여겨왔다. 이는 두꺼비가 여러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긍정의 효과를 보며 붙여준 이름 같다. 신기한 건 잡아먹는 여러 곤충 중에 독이 있는 곤충들의 독을 몸속에 축적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두꺼비와의 반가운 만남을 마치고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시멘트로 된 산책로에 뭔가 꼬물꼬물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설마? 가까이 가서 보니 매미 애벌레였다. 매일 연속되는 비에 잠깐의 틈을 노려 애벌레가 땅을 뚫고 나온 모양이다. 이제 나무줄기에 기어올라 높은 곳에 매달려 등을 터트려 껍질을 벗고 매미 성충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일정이 남아있다.

그런데 아뿔싸. 매미 애벌레가 가는 곳은 계속 시멘트 산책로였다. 주변엔 낮은 잔디밖에 없었다. 크기로 보니 참매미 애벌레 같았다.

찬란하게 하늘을 날며 맴맴맴 자기 소리를 내고, 짝을 찾아 알을 낳는 2주간의 엄중한 사명을 생각하며, 알로 1년을 나무껍질 속에 있다가 다시 땅속에서 애벌레로 2~3년 살다가, 매일 매일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이제 겨우 땅 밖으로 나왔을 텐데, 가도 가도 딱딱하고 낮은 세상이라니!

급할게 없었지만 필자의 호기심을 누를 수도 없어 얼른 사진 몇 장 찍고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으로 애벌레를 옮겨주었다. 꼭 성공해라! 내일 새벽엔 힘차게 날아오르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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