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비가 쏟아진다. 그 소리에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으려 부랴부랴 일어난다. 늦은 오전이 되면 언제 내렸느냔 듯이 비는 소강상태다. 습도가 견딜 수 없을 만큼 높지만 비가 더 오기 전에 빨래를 말린다. 요 며칠 필자의 아침 루틴이다. 비는 인정사정이 없다.

흙 단면과 아이들이 만든 흙 단면 모습
흙 단면과 아이들이 만든 흙 단면 모습

하지만, 내린 비는 다시 계곡을 살리고 식물을 쑥쑥 자라게 한다. 비가 그친 지난 주말 아이들을 만나러 간 숲은 덥고 습했다. 작은 곤충들의 천국이어서 조금은 힘든 곳으로 변했지만, 한 달 전 바싹 말라 물고기들과 올챙이들이 죽어 있던 계곡을 물로 가득 채워 주었다. 계곡이 다시 살아나 생명을 품게 되었다.

이번 달은 흙이 주제였다. 흙이라, 더위와 습도와 모기를 피해 어떻게 즐겁게 수업을 하지? 고민스러웠다. 우선 흙의 역사부터 알아보았다. 흙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바위부터다.

그럼 바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이 굳어서다. 와~ 흙은 용암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용암이 굳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부서져 자갈이 되고, 자갈이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모래가 더 부서져 흙 알갱이가 된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랄랄라랄라 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라~” 이 동요가 흙이 되는 과정을 담은 노래였구나.

아이들과 노래로 흙의 생성과정을 알아보았다. 흙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흙이 되기 전 최초의 바위를 어머니 바위라는 뜻으로 ‘모암’ 또는 ‘기반암’이라고 한다. 또 잘게 부서져 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알갱이가 된 것을 ‘모질물’이라고 한다.

이 모질물이 더 잘게 부서지고 이곳에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 ‘표토’가 만들어진다. 표토에 식물 부식물이 섞이는 두 번째 과정이 일어난다. 그 후 표토의 물질이 아래로 운반되면 ‘심토’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한 손에 삽을 들고 투명 컵에 담을 모암부터 찾았다. “선생님, 이 돌은 어때요?” 심사숙고해서 고른 모암 위에 자잘한 돌멩이들을 모아 모질물을 만들었다.

그 위에 땅을 파 심토의 흙을 고르고, 그 위에 더 짙고 부드러운 표토를 덮었다. 하루 전 풀베기 작업이 있었나 보다. 주위에 잘린 풀들로 표토 위에 풀을 심었다. 여기에 개미 한 마리까지 완전한 흙의 모습이었다.

두께 1cm의 흙이 만들어지는 데 2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에 생물의 잔해나 식물의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이 떨어져 나와 섞여 유기물이 포함되어야 보통의 흙이 되는데, 수만 년 수백만 년이 걸린다.

흙 한 삽에는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미생물과 작은 동물이 산다. 흙 속에 사는, 눈에는 안 보이는 미생물들은 동물의 배설물이나 죽은 몸뚱이, 낙엽이나 죽은 나무, 풀 따위를 분해해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흙의 양적·질적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매년 1200만 헥타아르(ha)가 넘는 토양이 가뭄과 사막화로 손실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토양의 3분의 1이 훼손되었으며, 2050년에는 손상률이 9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7월 사상 최고치의 무더위, 엄청난 양의 폭우뿐 아니라 흙까지 우리 지구를 잘 돌봐야 하는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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