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지하 방에 홀로 사는 이웃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과 이달에는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 인접까지 북상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엘니뇨 영향에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이 빈번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자연재해 예방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인재다. 자연재해 예방은 한계가 있지만 인재는 그렇지 않다.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 범위는 달라진다. 용인시가 여름 자연재해에 앞서 인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챙겨야 할 점은 어떤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다.

최근 몇 해 동안 침수 피해가 전국에서 발생했다. 용인도 마찬가지였다. 강수량을 감당하지 못해 하천이 범람하거나,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짧은 시간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 범위는 더 확대됐다.

인명에 직접 피해를 주는 경우도 늘었다. 생활공간이 위협받는 것이다. 기존 예방 지침만으로 충분히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정력을 모아야 하지만, 당장 기본 자료조차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8월 내린 집중호우로 산책길까지 물이 차오른 신갈천. 이 일대 주변 주택가에는 여전히 상당수 반지하 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내린 집중호우로 산책길까지 물이 차오른 신갈천. 이 일대 주변 주택가에는 여전히 상당수 반지하 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지하 관리다. 지난해 서울에서 반지하 침수로 인명까지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용인에서도 반지하 침수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원인은 하수 역류나 시설 노후 등으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등 최근 발생하는 반지하 침수 사고는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무엇보다 상황상 반지하 침수가 발생하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침수 등 재난과 관련해 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용인시가 지난 3월 쪽방이나 반지하 등 비주택에 사는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2023년 주거복지사업 종합계획’에도 이와 관련한 대책이 담겼다.

시는 올해 10억 원을 투자해 맞춤형 주거복지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 계획 중에는 반지하 등 비정상적 거처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취약계층 부담을 덜기 위해 8000만 원을 투입, 공공 임대 등 이주가 결정된 200가구에 최대 40만 원 이사비 지원도 담겼다. 이외에도 시는 주거 취약계층 발굴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자연재해와 연계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일선에서는 반지하 대책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사전에 확보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반지하에 거주하는 1인 가구에 대한 관리 시스템 구축은 시민 동참을 호소해서라도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지하 생활하는 주민들 만나보니= 용인은 아파트를 비롯해 대규모 공동주택이 밀집한 도시다. 최근 건축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지하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원도심 주택가로 들어가면 반지하 생활을 하는 시민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용인시 주거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기흥구 상갈동에서 만난 부동산 관계자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박모(38) 씨를 소개해줬다. 박 씨는 전세 3000만 원을 주고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는 3년 차 세입자다.

박 씨는 집중호우와 관련해 묻는 물음에 무감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박 씨는 “(자연재해에도)혼자 알아서 할 것”이라며 “그래도(계속)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집중호우 때 취재 목적으로 만났던 또 다른 반지하 거주 주민을 만나기 위해 기흥구 신갈동 주택가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내린 집중호우로 계단을 통해 물이 밀려와 밤잠을 설쳤다는 이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당시 함께 계단으로 들어오는 물을 펴냈던 건물주는 “솔직히 반지하를 세놓은 것도 걱정이다. 안전시설을 확충한 것도 없다. 부동산에 방을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4개월째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흥구 한 경로당에서 만난 한 주민도 반지하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 거주하고 있어 행정복지센터에서 건강 등 방문 안부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그는 정작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걱정이란다. 최근 집중호우 등으로 반지하 피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위급 시 신속하게 도움을 줄 시스템은 없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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