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응급실 찾지 않아야”
시립의료원 건립 필요성도 제기

지난달 30일 처인구 원삼면에서 후진하던 차량이 도로 갓길 쪽에 있던 70대 A씨를 추돌했다.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대원이 용인을 포함한 수원, 안산 대형병원에 문의했으나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의료강국의 민낯, 자리 없는 응급실= 구급대원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A씨를 구조해 인근 대형병원 3곳에 이송 여부를 문의했으나,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수용 불가 답변을 받았다.

구급대원들은 수원, 안산 등 대형병원에도 문의했지만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병원을 찾아 헤매던 중 사고 발생 1시간여 지난 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아 이송하던 중 B씨가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를 일으켰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B씨는 부상 정도가 심해 수술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근 병원 중환자 병상이 모두 꽉 찬데다가, 기상 문제로 헬기도 띄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같이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에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되돌아간 ‘응급실 뺑뺑이’는 앞서 지난 3월 대구에서도 일어났다. 한 10대가 건물에서 추락 한 채로 발견돼 구조됐으나, 병상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에 이송되지 못해 숨졌다.

의료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병상과 의사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시민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데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수지구 풍덕천동에 거주하는 40대 김모 씨는 “용인, 성남, 수원 모두 대형병원이 있는데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아서 2시간을 찾아 헤맸다는 건 충격적이다”라면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에 이송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역응급의료상황실이 환자 이송 총괄 관리 △빈 병상, 수술 의사 현황 실시간 업데이트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언급하며 경상 환자 스스로가 응급실을 찾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약 480만 명 가운데 절반(51.0%)이 경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용인시립의료원, 필요할까?= 공공의료 사각지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용인시에 시립의료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는 인근 성남과 달리 시립의료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성남은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2020년부터 시립의료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만 5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최근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1000명의 시민 가운데 61.9%가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찬성했다. 이유로는 의료서비스 향상, 24시간 365일 응급 및 중증질환 진료 가능, 우수한 의료진 확보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립의료원이 없는 용인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립의료원 건립’이 공약으로 등장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립의료원 건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시비가 들어가는 사업인데다가 외래·입원 환자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성남과 같이 적자가 이어진다면 행정 입장에서는 시립의료원 운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2시간 동안 도로를 오가다가 사망한 시민의 사례가 있어 시에서는 시립의료원 건립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해볼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시립의료원이 생긴다면 성남과 같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용인시 인구를 생각하면 시립의료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