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현충일 노래 한 소절입니다. 올해에도 6월 6일 오전 어김없이 처인구 김량장동 현충탑에 현충일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습니다.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은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된 이후 처음 열려서인지 꽤 많은 분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현충탑을 찾던 백발의 할머니, 지팡이 짚고 기념비에 새긴 이름을 아련하게 바라보던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20년 넘게 현충일 추념식 현장을 찾다 보니 늘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할머니도 그런 분입니다.

이분들 외에도 기억이 남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2005년, 중년의 아들과 함께 순직한 남편을 참배하던 유가족부터 2012년, 6.25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병사의 이름을 꽤 오랫동안 지켜보던 노인, 할아버지와 함께 현충탑을 찾아 헌화하던 소년까지 오랫동안 각인돼 있습니다.

올해엔 전사한 병사들의 이름을 새긴 호국영령 기념비를 바라보던 두 분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분은 처인구 남사가 고향인 고 최명부 병장의 따님입니다.

고인의 부인은 전쟁 중 남편이 두 번째 휴가 때 본 게 마지막이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두 살 무렵이었던 고인의 따님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6월이 되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는 고인의 따님은 95세 노모와 함께 오지 못해 안타까워했습니다.

처인구 원삼이 고향인 이강수 전 원삼농협 조합장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등중사 이창식’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를 촬영하던 이 전 조합장은 아버지가 강원도 철원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고인의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 흑석동 국군묘지에는 위패만 모셔놓았다고 합니다.

수많은 유가족에게 6월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지켰기 때문에 우리가 잘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게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이강수 님이 느끼는 6월입니다. 이강수 님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손자와 함께 현충탑을 찾았는데요. 이 군은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감사드리고,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현충일인 6월 6일이면 용인시 주관으로 현충일 추념식이 처인구 김량장동 현충탑에서 열립니다. 현충탑에는 1975년 6월 6일 이일영 작가에 의해 건립된 충혼탑(높이 15m)과 좌우에 위패가 있습니다. 왼쪽 위패 벽면에는 ‘억만겁 이어나갈 억천만 생이여 여기 우리 군민이 정성을 모아 이 탑을 세우니 우러러보고 또 우러러보아 길이 이 나라 지키소서’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1990년 6월 6일 당시 용인군은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후세들이 영원히 기억하고 계승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당시 계급과 이름을 지역별로 새긴 호국영령 기념비를 충혼탑 좌·우 측에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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