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포함된
처인구 이동읍 덕성리 농민 이해석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덕성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민 이해석 씨. 농업을 전공한 이 씨는 전기 관련 일을 그만두고 10년 전부터 할아버지와 부모님 고향인 덕성리에 터를 잡았다.

처인구 이동읍 덕성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이해석 씨의 땅도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포함돼 있다.
처인구 이동읍 덕성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이해석 씨의 땅도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포함돼 있다.

한우 20마리와 옥수수, 임차 농지지만 3만 평에 달하는 벼농사를 지으며 육묘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모내기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여기저기 농사지을 땅을 알아보러 다닌다. 기자와 약속한 11일에도 처인구 원삼면으로 농사지을 만한 농지를 알아보고 왔을 정도다.

지난 3월 15일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 710만㎡(약 210만 평)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밭과 논이 모두 산업단지 후보지에 포함돼 머지않아 대대로 살아온 삶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모님과 육묘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젊은 농부 이해석 씨가 한우를 돌보고 있다.
부모님과 육묘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젊은 농부 이해석 씨가 한우를 돌보고 있다.

“산업단지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와 부모님 모두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수십 년 살아온 터전이 수용되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잖아요. 농민 입장에선 그동안 이뤄놓은 것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어서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아요.”

이 씨는 농장도 문제지만 마을이 수용되는 주민들 입장에선 삶터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이어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와 부모님은 육묘사업을 하는 시설하우스 350평, 임차한 논과 옥수수밭 3만 평, 한우 20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해석 씨는 “저와 같은 청년 농업인들은 산업단지와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인한 지가 상승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판로 문제와 소비시장, 유통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용인에 생활 터전을 잡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인근 안성과 이천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현 청경채를 예로 들며 규모화하고, 소비지와 가까워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야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서 “농산물은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도시소비자들도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다”며 토지 수용으로 인한 농민 피해를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수혜는 원주민이나 용인시민이 아닌 외지인들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읍 토지 상당수는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석 씨와 같은 청년 농업인들에게 토지 수용은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다.

“용인시에서 청년 창업농과 후계농업 경영인 등의 지원을 받아 용인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에요. 보상을 정말 많이 해주면 모를까. 각종 개발로 용인의 지가가 농민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이해석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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