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1년 정체성을 말하다

2021년 특례시란 생소한 용어는 용인이 곧 대도시가 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어와도 같았다. 실제 용인시도 이정표부터 각종 홍보물에까지 ‘용인특례시’란 표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행정력은 용인시와 용인시의회 조직확대로 이어졌다. 그만큼 생활 밀착형 행정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월 용인특례시 출범을 알리는 대규모 현수막이 시청 인근 건물에 걸려 있다.
지난해 1월 용인특례시 출범을 알리는 대규모 현수막이 시청 인근 건물에 걸려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 특례시는 아직은 미지의 행정용어에 머물고 있다. 귀에는 분명 익숙하지만 일상에서는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용인시도 시민 생활 밀착형 행정이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에 앞서 조직 구성이나 자치정부로 운영될 수 있는 ‘행정 자치권’ 확보도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용인을 비롯해 전국 4대 특례시는 특례시답게 충분한 권한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는 가시화된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상일 시장도 최근 전국대도시연구원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특례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명실상부한 특례시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또한 특례시를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으로 명확히 분류해 법적 지위와 실질적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1년간 행정 조직 변화, 물밑 작업 성과는= 특례시 출범 이후 용인시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의회나 용인시 일부 조직 강화 등 가시적인 변화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특례시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규정하는 규체적인 법규는 없다. 세종특별자치시나 제주특별자치도 등은 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자치단체 요구와 정부 수용이 명확하지만, 특례시는 상황이 다르다. 특례시지원특별법이 제정되지 않고는 행정 개편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용인을 비롯한 경기도내 대도시 기초자치단체 사무 특례 요구에 경기도는 난감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도시 특례요구 사무 약 95%는 도 권한이기 때문에 도 역할과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 역시 마냥 미룰 수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역정부화 전략: 경기도를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당면한 국가성장 거점화, 남북교류 교두보 역할 등의 정책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입법권 및 자치재정권 등 자치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용인시 등 특례시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유에 포함된다.

용인특례시의회 출범을 맞아 기념하는 식이 열리고 있다.
용인특례시의회 출범을 맞아 기념하는 식이 열리고 있다.

◇특례시 1년 무엇을 변화시키려 했나= 앞서 언급했듯 지난 1년동안 용인시가 특례시에 맞춰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충분히 내부적으로 자리를 잡을만큼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용인시가 준비해야할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용인시정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인구 100만 이상 특례시 행정수요 대응을 위한 조직특례 개발 연구 자료를 보자.

이 연구 자료에서 특례시 권한 확보를 위해 우선 챙겨야 할 것으로 지역사회 차원의 공담대 형성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동 단위 유관단체를 대상으로 한 특례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례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교육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 대상은 불특정 다수 시민보다 지역 애착도가 높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특례시는 “광역시와 동격?“= 시민들 입장에서는 특례시는 아직은 행정용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는 앞서 시정연구원에서 언급한 특례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특례시는 곧 광역시와 같은 특례를 가지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광역시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원시나 고양시 등 특례시 간 비교에서 용인시는 특별한 권한이나 맞춤형 지원을 받을만한 근거가 아직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1년 간 특례시민으로 생활한 시민들 반응은 어떨까. 기자가 기흥구와 처인구, 수지구를 돌며 만난 시민 대다수는 냉랭함 그 자체였다. 지난해 초 출범 당시 ‘특례시’를 인지한 후 1년 넘도록 제대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흥구 영덕동에서 개인 가게를 운영하는 서명규(58) 씨는 “지난해 연초 이후에는 특례시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 없다.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행정이나 정치권에서는 사용하는 것이지 주변에서는 특례시라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처인구 김량장동 한 중학교 한 교사는 “수업시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특례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며 “어떤 것이 변하고 특색이 뭔가를 따지는 것은 행정이나 교육 차원에서 할 일이고 시민은 아무래도 무엇을 얻고 도움이 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특례시 출범 이후 처음 가진 용인시민의 날 행사 모습  
지난해 특례시 출범 이후 처음 가진 용인시민의 날 행사 모습  

◇대도시 용인, 특례시 속에 무엇을 담을지 중요= 용인시가 특례시로 자리매김 하는데 있어 시작과 끝은 행정력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그를 바탕으로 시민 일상생활에 직접영향을 주는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이 특례시로 용인이 교감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행정력만 과도하게 몸짓을 키우고 시민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주객전도식 행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결국 용인특례시가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특례시로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는 것이 아니라 특례시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용인시 변화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인구 증가는 여전히 전국에서도 상위 수준에 이른다. 그런만큼 용인시는 다양한 색채가 융합된 공동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건강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소통 부제가 갈등을 야기 시킬 경우 심각한 지역문제가 될 수 있다. 특례시에 특히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부분은 후자다. 심각한 지역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어떤게 예방하고 해결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특례시’ 아니다= 시민들이 특례시 2년째를 맞아 용인시에 바라는 것은 흔히 말하는 광역시 승격이 아니다. 기자가 만난 시민 중 용인시가 광역시로 승격할 것을 바란다고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풀뿌리와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대도시로 성장한 용인시가 특별한 규모의 변화에 밀려 공동체 구석구석에 소외된 시민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플랫폼시티 개발 주변인 기흥구 구성동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윤민구(43) 씨는 “특례시가 부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발전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용인시도 뭔가 대단한 것을 말할 때 특례시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민 일상에는 전혀 와닿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지구 성복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심용호(45) 씨는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심 씨는 최근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용인시는 큰 사업이 많이 유치해 주변에서 부러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곳곳에서 불편한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라며 “특례시에 바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잘 살고 생활이 편리할만큼 기반시설을 놔달라는 것만 아니다”라며 용인시 정체성을 살려 ‘제대로 된 용인시’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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