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지나고 보니 향토사는 지역언론에 의해 정리 기록된다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지역 연구 권위자로 잘 알려진 학자로부터 최근 들은말이다. 언론의 공적 기능과 역할을 이유로 혹여 사사로움이 매체에 드러나지 않을까 늘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들을 땐 보람도 느끼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얼추 사반세기에 이르는 용인시민신문 제작 과정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내부 사정을 이유로 제작을 멈추진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사실 쉽지 않지만 지켜왔다. 여러 차례 고비가 없지 않았으나 잘 견뎌왔다. 독자와 시민과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둘째는 신문다운 신문 만들기였다. 제작된 신문의 내용과 디자인은 자신의 얼굴이다.

신문사 임직원뿐 만 아니라 용인의 그것으로 바라봤다. 용인이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마음이 한결같았다. 용인이 자치와 분권에 기반한 명품도시가 되려면 거기엔 제 역할을 하는 든든하고 앞을 내다보는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언론윤리 지키기다. 저어하지만 촌지를 개인적으로 챙긴다든가 하는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고 교육했다.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구독료 등 공적으로 처리하고 결과를 알렸다.

창간기념사를 빌어 이 같이 드러냄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애독자와 후원자 그리고 시민들께서 보여준 사랑의 힘이 그 바탕이었음을 밝히고 싶어서이다. 더불어 모든 구성원들이 용인시민신문의 전통과 명예로 삼아 흔들림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한편에 있다.

그간 나름의 노력은 결과로도 나타났다. 2005년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생긴 이래 특정 시기를 제외하곤 거의 해마다 우선지원대상 지역언론사로 선정됐다. 정상발행 여부, 편집권의 독립, 경영 개선 정도, 신문 발전계획안 등 다양한 영역과 항목 평가를 거친 결과다.

이제 용인의 위상이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이 용인에 집중되고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현상이든 그엔 양면성이 있다.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밖으론 국가 균형발전 기조에 어긋난다며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안으론 머잖아 삶터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또 생긴다. 벌써 시작됐다. 얻는 곳과 잃는 곳이 갈리고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선 안 된다. 공생과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정신이 더욱 발휘돼야 하는 시점이다.

용인시는 거듭된 성장으로 특례시 가운데 가장 먼저 광역시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까지 다다랐다. 그야말로 경기도는 물론 미래 대한민국의 핵심도시로 클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히 중심도시(metropolis) 즉 ‘메트로 용인’이 돼가고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만으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밀려오는 변화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질적 성숙을 한편에서 적극 꾀해야 할 때이다. '거대도시 용인특례시가 여전히 용인군 시절의 옷을 입고 있다.'

어느 학자의 진단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옴을 숨길 수 없다. 사반세기 동안 용인지킴이를 자처해 온 용인시민신문! 새로운 좌료를 설정해야 할 때임이 분명해 보인다. 성장과 성숙의 균형, 새로운 정체성 정립을 화두로 삼아 다시 한 번 뚜벅뚜벅 걸어 보련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