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원동력’ 국내 넘어 세계적 도시로 발돋음 기회
‘대규모 사업+천문학적 비용’ 각종 변수 공존…공동체+자연 훼손까지

반도체를 흔히 쌀에 비유하기도 한다. 쌀은 곡식 중 대표 종이다. 곡식은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직접 먹는 때도 있지만 경제적 가치 역시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현대 사회를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에 반도체는 농경시대 쌀과 같이 생존에 절대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용인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상도
용인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상도

용인시는 반도체와 상당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흔히 대한민국 반도체가 태동한 곳이라고 말하고 한다.

기흥구에 있는 삼성반도체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핵심 제조시설 중 하나이다. 이 시설에서는 메모리 칩을 비롯한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삼성반도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시설로, 다양한 기술력과 우수한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에 서고 있으며,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더욱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삼성반도체는 지속할 수 있는 경영을 위해 친환경적인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품목은 당연히 반도체다.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 역시 한국에 터를 잡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수출이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위기라고 내다 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은 약 17% 급감했다. 용인시가 반도체 특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 활성화가 필수조건이다. 결국 삼성은 반도체 생산 감산을 공식화했다.

이상일 시장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을 방문했다.
이상일 시장이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을 방문했다.

◇국가산단을 둘러싼 말들= 처인구 남사면이 후보지로 선정된 산단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민간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각종 인허가나 관련 사업비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빈번하게 차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사업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사업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주도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높다.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대체적이다.

따라서 남사면 국가산단 조성을 두고 이상일 시장 역시 안정감 있게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일각에서는 너무 이르게 축포를 쏘아 올렸다는 우려도 있다.

이 사업을 걱정하는 시선은 우선 사업 추진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제기다.

남사면에 추진되는 국가산단은 ‘시스템’ 반도체다. 하지만 국가산단 주축기업인 삼성뿐 아니라 이동면 일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한다. ‘시스템’과 ‘메모리’는 제작과정은 물론이고 시장까지 차이가 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세계적 반도체 생산기업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를 뒷받침해온 것은 ‘메모리’다. 그렇다 보니 당장 시스템 반도체는 그만큼 세계 시장 장악력이 낮다. 기업으로서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구축한다는 것은 도전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는 제작에서 생산 과정이 시장이 다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가 불모지 수준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기업이라 하더라도 선 듯 이 사업에 나서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는 것이다.

기흥구 삼성반도체 근무자 3명을 통해 기업 내부 상황을 확인해보니, 외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추진 내용은 인지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두고 언급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반도체 누리집에 올라온 다양한 뉴스 중 국가산단 조성과 관련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내부에서 공론화되지 않았거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두고 용인시는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상당한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된 것”이라며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경기도청에서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전담팀이 출범식을 가졌다.
지난달 23일 경기도청에서 용인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전담팀이 출범식을 가졌다.

◇용인시 100년 예산 300조와 ‘반세권’= 용인시가 이번 사업을 두고 역대급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업 규모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산단은 처인구 이동․남사읍에 걸쳐 약 710만㎡(약 215만 평) 규모로 조성되며 2042년까지 20년 동안 300조 원이란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용인시 올해 본 예산이 3조 원임을 감안하면 100년 치 예산이 20년 만에 용인 일대에 투입되는 셈이다.

국가 주도사업에 세계적 기업이 나서기 때문에 연평균 30조 원을 투입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첨단산업단지는 전국 15곳에 조성되며, 투자 비용도 5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용인시를 무대로 한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용인이 국가산단 조성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발 빠르게 변화를 가져온 분야는 부동산 쪽이다.

세부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공사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산단 조성 일대 부동산 시장은 뜨겁다. 급기야 ‘반세권’(역세권과 유사한 용어로 반도체 산단 인근 권역을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일부 경제지에는 아파트 시세가 한 달여 만에 ‘억’ 단위로 올랐다는 소식도 나온다.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파트 단지 주민들 역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당장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업 자체가 상당한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됐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보안과 관계없이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처인구 부동산 시장은 반도체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용인시는 2019년 3월 SK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용지 일대 처인구 원삼면 전역 60.1㎢를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4년만인 2월 해제했다.

지난달 31일 용인시는 ‘용인시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워크숍을 열고 남사·이동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31일 용인시는 ‘용인시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워크숍을 열고 남사·이동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소부장 기업 유치와 시민 안전= 이상일 시장은 용인시 미래 먹거리 산업 핵심을 담은 ‘L자형’ 반도체 벨트 로드맵을 밝혔다. 핵심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집적화를 위한 산업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것이다.

반도체 벨트는 기흥구 일원에 들어서는 용인 플랫폼시티 내 소·부·장 연구 및 제조시설(44만㎡)부터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108만㎡), 기흥미래첨단산업단지(세메스·11만㎡), 지곡일반산업단지(램리서치R&D센터·7만㎡), 통삼일반산업단지(서플러스글로벌·5만㎡), 제2용인테크노밸리(27만㎡), 용인 반도체클러스터(416만㎡), 원삼반도체협력단지(사업단지 물량 협의 중·24만㎡)까지 L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총면적은 642만㎡(약194만 평)다.

시는 여기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35만㎡(약10만 5800평)규모의 산업단지를 처인구에 조성할 계획까지 밝혔다.

이를 위해 12월까지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입지 및 개발방식을 검토한 뒤 경기도,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서 산업단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물량이 배정되면 2025년 산업단지계획을 수립 및 승인하고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산업단지개발 공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 차원의 소부장 계획을 밝히자 당장 용인시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소부장 기업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뿐 아니라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확실한 온도 차를 보이며 이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용인시정 당협위원회 측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소·부·장 기업을 유치한다고 밝혔다”라며 “일본 경제침략에 맞서 진행돼온 소·부·장 독립을 완전히 포기하겠다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소재·부품·장비 독립 없이는 우리의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외세에 흔들릴 수 있는지 3년 전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절감했다”라며 “특히 지금은 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한창 중인 신 냉전 시대다. 기술력의 차이가 국가 안보를 좌우한다고 할 정도로 소·부·장 독립은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연 지사도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국내 소부장 업체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클러스터를 구성하도록 경기도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밝혔다. 정부가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하겠다는 기조와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환경훼손, 안전 위협, 공동체 파괴 대안은?= 반도체와 소부장 산업은 미래 지향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력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또한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때문에 용인시가 반도체와 소부장 시장 주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용인시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환경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반도체와 소부장 산업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도 상당히 많다.

용인시를 기반으로 계획되거나 사업이 진행 중인 반도체 관련 사업은 대부분 대규모로 이뤄진다. 이로 인한 공동체 파괴는 물론 자연 훼손도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한발 물러나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고 하지만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부분은 외면하기 힘들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반도체 도시를 반기면서도 우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에 용인시가 대규모 사업이란 장밋빛에 정작 병들어가는 공동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행정력 역시 개발 관점에만 두지 말고 사람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에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을 주문하는 사회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