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애장품(10)

용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용인중앙시장에는 60년된 원조 맛집, ‘용인 떡집’이 있다. ‘원조’라는 말을 붙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공간에서 만난 깨절구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볼 때면 가슴이 뛴다. 용인중앙시장 7년차 이용객의 시선으로 본 몇몇 상인들이 그랬다. 그중 하나인 용인떡집은 시장 내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맛 좋고 인심까지 좋아 명절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떡은 명절용뿐 아니라 평소 식사 대용으로도 그만이다 단골은 고객이라기보다 이웃사촌에 가깝다.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는 이들이 머무는 가게 안을 보면 동네 사랑방 느낌이 들었다.

용인떡집의 운영자이자 처인구 주민인 홍금자(62세) 사장이 용인에 살게 된 것은 1980년 11월 햇수로 따지면 벌써 43년이다. 서울에 있다 결혼하면서 이곳으로 왔다.

“떡집에서 일하던 남편이 이제 우리 가게를 해보자며 용인으로 오게 됐어요. 제가 떡을 워낙 좋아하니깐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것저것 재고 한 일이 아니다. 둘이서 시작한 떡집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넷이 되었다. 아버지 김창석(68세) 씨와 어머니, 그리고 초등학생 꼬맹이 때부터 부모님을 돕던 아들 김충헌(42세) 씨가 지금은 가업을 이어받았고 딸인 김은미(40세) 씨가 돕고 있다.

“80년대 용인시장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골목골목 장이 들어섰는데 파라솔 하나 달랑 있고 햇볕을 가릴 것도 없었거든요. 질퍽거리는 진흙길이라 장화를 신고 다녔어요”

보기 좋은 지금의 건물 형태도 아니었다. 위에는 살림집이고 1층은 장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용인떡집은 이 골목에서만 몇 곳을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경기도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백년가게란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가게의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제도로 30년 이상 과업을 이끈 소상인을 지원한다. 용인떡집은 백년가게에 이어 앞으로 만년 동안 이어지라는 취지에서 만년가게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안에서 떡 만드는 일을 하고, 어머니와 딸은 손님을 맞이한다. 3년 전 어머니가 무릎 수술을 하면서 딸이 본격적으로 돕게 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있어 집과 같은 공간이자,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그들의 애장품이 궁금해졌다.

“잘 쓰던 것도 고장 나면 바꿔야 하니까 처음에 있던 절구나 떡메, 이런 건 다 버리고 없어요. 지금은 기계로 하지만 그땐 일일이 다 손으로 했죠. 깨절구는 20년도 넘었어요. 송편에 넣는 속을 빻을 때 사용해요. 기계로 해도 되는데 그러면 맛이 덜하거든요. 팥도 여기다 찧으면 맛있어서 시루떡 만들 때도 쓰니까 소중한 물건이죠”

오랜 시간 원조 맛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정성과 애정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40여 년 시간,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사장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없이 시작했는데 애들 다 키우고, 이제는 같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일이 행복인 것 같아요. 용인에 처음 와서는 가족도 지인도 없이 힘들었어요. 딸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엄마들이 30년 넘게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데 어느새 친자매보다 가까운 사이가 됐더라고요”

그에게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을까.

“지금껏 손님들에게 인정받고 성실하게 일해왔던 것처럼 자식들이 잘 꾸려나갔으면 해요. 딸과 며느리가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해요. 행복하고 다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천년가게를 이끌어 가는 경영인이자 자식의 행복이 우선인 엄마 홍 씨 시루 안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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