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애장품(8)

1980년 컬러TV가 가정에 보급되던 시절에 컬러영상을 처음 본 20대 청년은 호기심에 가슴이 뛰었다. 그 청년은 사업을 하면서 영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어 용인 원도심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년 넘게 용인의 문화를 카메라로 담은 박선식 씨를 만났다.

꿈은 변하지 않는다

20년 넘게 촬영해 온 영상물을 보여주고 있는 박선식 씨
20년 넘게 촬영해 온 영상물을 보여주고 있는 박선식 씨

김량장동 용인시장 용인문화원 입구에는 커다란 TV 화면이 하나 있다. 여기에선 용인 재래시장 홍보영상이나 지역문화 행사 영상이 나오곤 한다. 얼핏 보면 용인문화원에서 보내는 화면 같지만, 그 화면을 송출하는 곳은 바로 박선식(69세) 씨가 혼자 일하는 작은 사무실 명일미디어다.

“컬러TV가 처음 나온 게 1970년대 말인가 1980년대 초인가 그래요. 용인에 TV를 가지고 있는 집도 얼마 없었어.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같이 보곤 했어. 그때 칼러TV를 보는데 막 가슴이 설레더라고. 저런 영상을 찍어서 남기는 것도 참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영상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바로 직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영상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다. 그러다 영상 이벤트를 기획했고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피자가게를 하면서 생일파티 이벤트를 했어. 생일파티 현장을 영상으로 찍고 현장중계처럼 바로 영상을 틀어주었지. 아주 인기가 좋아서 용인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어린이들도 우리 가게에서 생일파티를 해보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였어. 또 초등생들이 우리 가게에 오려고 피자계를 만들어 엄마들한테 원성을 듣기도 했지”

어린이날이면 군악대를 부르기도 했다는 그도 1997년 IMF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사업을 접은 그는 이후 동생 회사 홍보팀에 들어가 영상촬영을 시작, 지금의 명일미디어에 이르렀다. 수백 개의 문화행사 기록물들 그는 기증을 계획하고 있다.

“용인이 이렇게 발전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과거에는 용인 원도심에 이층집이 2개 밖에 없었어. 내가 어릴 때는 여기 용인에 철도가 있었는데 나도 그 기차를 타고 공부하러 다녔어. 요즘 들어 용인의 과거 기록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남아 있는 기록들은 별로 없지. 과거를 알려면 기록을 남겨야 해”

그는 1998년부터 용인의 지역행사인 포은문화제, 할미성대동제 등 굵직한 행사들을 촬영해 왔다. 지난 8월에도 제8회 백암 백중문화제 촬영을 했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은 영상촬영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고, 한쪽 벽은 6mm 녹화용 테이프들로 꽉 차 있다.

이 기록물들이 그에게는 가장 소중한 애장품들. 그는 올해(2022년 편집자주)까지만 영상촬영 일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자료를 용인시에 기증할 계획이다.

그는 종종 용인시장에 좀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인시장의 변화 모습들을 촬영하곤 한다.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그는 영상촬영을 즐기는 것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자는 누구인가.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하는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로 ‘라이프로그’가 발행한 ‘우리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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