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김성태 교수
한신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김성태 교수

저마다의 희망찬 소망이 가득한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소박한 꿈과는 달리 2023년 새해는 음울한 소식들로 가득하다. 팬데믹은 여전히 기세등등 확산을 더 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생각의 패를 나누어 정치·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극한 대립의 골짜기로 치달아 가는 느낌이다. 가공할 첨단 무기가 날아다니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국제정세도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금방이라도 지구 저편 너머 친구에게 연락이 닿는 초연결 세계에 살고 있다. 매일매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친구들에게 ‘좋아요. 힘내요. 슬퍼요’ 공감 표시를 하며 소통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다. 소외의 그늘은 점점 그 세를 넓히고 있다.

전 세계 리더들이 신뢰하는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저자인 ‘노리나 허츠’는 코로나19가 점령한 현재를 외로움이 극대화된 시대라고 진단한다. 과학 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품고 편리한 세상을 구가한다. ‘인류 문명사에 획을 긋는다’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인류는 오히려 고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아이러니한 21세기를 보내고 있다.

민주화된 사회 사람들의 3분의 2가 정부가 더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다. 소통을 강조하며 국민 곁으로 가겠다며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60%가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노동자와 정부 간의 갈등도 극에 달하고 있다. 사회 안전망이 붕괴하여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도 희생자들을 품어주고 위로해 줄 공간이 없다. 비접촉 상거래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외로움 경제’가 급성장하지만 그로 인한 단절의 속앓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충격적 사건·사고에 잠깐 관심을 보이다가도 여전히 안전은 뒤로 밀리고 상처 난 사람들은 잊히거나 애써 무시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25여 개가 넘는 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마치 ‘나만 아니면 된다’는 풍조가 익숙한 삶의 방식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었던 종교인 수는 2004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서 2021년에는 40% 정도가 됐다. 사랑과 박애 정신이 넘치는 종교가 제 역할을 못해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Ipsos)가 2019년 세계 23개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18개의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가장 신뢰받지 못한 직업군은 정치인이었고 언론인과 성직자도 하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무려 69%에 달했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시대를 이끌어 갈 비전을 제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리더는 없고 사회는 신자유주의의 자본주의적 이념에 너무 매몰되어져 온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심각한 사회적 자각이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만이 우리의 단절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개인 차원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의 연결과 회복의 시스템 복구가 절실하다.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부정적 요인들을 제거하고 변화와 개선의 새 판을 만들어야 한다.

단절과 고립의 시대, 유일한 선택지가 ‘생존경쟁과 각자도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배려’보다는 ‘경계심’을 가르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돌봄과 온정, 위로와 상생의 회복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뿌리 깊게 심화한 불평등 문제를 우선으로 다루고 정치가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과 종교인들이 우선하여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국가에서는 복지, 사회보장, 교육, 의료보험, 생태 환경, 평화와 안전에 대한 비용을 더 많이 아낌없이 지출해야 한다. 정치는 소통과 연대, 공동체, 도덕, 더불어 잘 살기, 평등과 나눔, 공공선에 대한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무한 경쟁’의 게임에서 ‘함께의 가치’를 우선하는 게임의 규칙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이제 분열이 아닌 통합의 민주 체제 대동 세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