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경기도 맛 여행

용인의 얼큰한 맛, 경기도의 감칠맛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냄비나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물 요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추위를 잊게 한다.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쫙 피게 해줄 경기도의 겨울 음식을 소개한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소머리국밥부터 진한 육수와 순대가 조화를 이룬 순대국 등 겨울에 먹을수록 진국인 맛을 찾았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한겨울 장날이면 더 생각나는 용인 ‘중앙시장 순대국’

용인중앙시장은 70년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다. 처인구 김량장동 일대 700여 개 점포를 갖춘 상설시장으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물론 산지에서 공수된 수산물과 축산물, 곡물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특히 순대골목과 떡·만두골목 등은 별도의 특화 골목으로 형성돼 인기를 얻고 있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는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하다. 매월 5·10·15·20·25·30일 5일장이 들어서는 장날이면 용인중앙시장은 말 그대로 북적북적 사람들로 붐빈다.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금학천변을 따라 펼쳐지는 제법 큰 규모의 장이다.

용인중앙시장에는 시장의 역사와 함께해온 골목이 있다. 바로 순대골목이다. 용인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알려질 만큼 유명한 순대골목에는 순대와 족발 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용인중앙시장의 순대를 맛보기 위해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순대국은 돼지고기와 머리고기 대신 곱창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양배추, 양파, 찹쌀, 당면 등 온갖 양념에 재워 만든 토종순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섞이는 맛이 일품이다. 허기진 이들은 뜨끈한 순대국, 술 한잔 생각나는 애주가들은 얼큰한 술국으로 추위를 녹이기에 제격이다

장터 장사꾼들 즐겨 먹던 용인 ‘백암 순대국’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는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 있다. 120여 년간 이어져 온 백암장은 한때 소를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팔도를 다니는 장사꾼들에게 목 좋은 요지였고, 농부들은 애지중지 기른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장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이 순댓국이다. 백암 순대국은 질 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장사꾼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고 한다.

우시장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백암우체국 인근, 순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백암 순대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고 있다. 백암 순대국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둘째,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이는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대 소처럼 배 속이 든든해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얼큰한 감칠맛 ‘의정부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채소, 고추장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1960년, 한 할머니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에 미군 부대 사람들이 햄과 소시지, 베이컨을 가져와 요리를 부탁했고, 훗날 김치와 고추장을 더해 오늘날의 부대찌개가 탄생했다고 한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원조 집을 따라 골목에 부대찌개 집이 하나둘 들어섰고, 현재와 같은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됐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앞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다.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는데,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곳들이다. 의정부시는 이 식당들과 함께 매년 10월경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를 연다. 부대찌개는 얼큰한 감칠맛이 압권이다. 팔팔 끓을수록 녹진한 풍미가 우러나오는 국물에 한겨울에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가게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햄과 소시지, 다진 소고기, 묵은 김치, 당면 등 들어가는 재료는 같지만, 재료를 쓰는 방식에 저마다 비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거리 입구 의정부시 퓨전문화관광 홍보관도 볼 만하다.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의 이야기를 발굴해 영상으로 만들고 바닥에 생생한 골목 그래픽을 구현했다. 식당별 특징을 상세히 소개해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기 전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갯벌이 내어준 선물 ‘화성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는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고 조리법도 단순한 편이지만, 제대로 맛있게 만들기가 의외로 어려운 음식이다.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이 궁금할 때 화성으로 가는 이유가 있다. 품질을 논하자면 화성 제부도와 궁평리 바지락이 제일이라고 화성 사람들은 입을 모은단다.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허락한다. 화성 갯벌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 바지락은 유난히 알이 굵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썰물 때면 최대 4km까지 펼쳐지는 광활한 갯벌과 청정한 바다 덕분이다.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찰떡궁합이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발과 갖은 채소, 싱싱한 생물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제부로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듬성듬성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시선 닿는 곳 너머까지 펼쳐진 갯벌에 뜨끈한 칼국수 국물까지 추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속 풀이 고단백 겨울 보양식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칼바람에 움츠러든 어깨와 헛헛한 속을 달래기에는 국밥만 한 것이 없다. 광주시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영양 만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깊은 맛을 낸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 당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현대에 들어서 1980년대 초, 최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오늘날에는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뜨끈한 국물 한 번, 야들야들한 식감의 소머리 고기 한 번, 연거푸 번갈아 먹다 보면 얼어붙은 속이 확 풀린다.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든든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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