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쓰는 애장뭄 이야기 두번째 시인 주영헌

2014년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를 공부하자는 의미로 시작했지만, 이 작업이 오래 유지되면서 시인들에게 중요한 블로그로 발전했습니다.

주영헌 시인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의 매력을 알게 하기 위해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영헌 시인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의 매력을 알게 하기 위해 '온라인'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세웠던 원칙이 있다면, 내가 샀거나 선물 받았던 시집 위주로 소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시들을 소개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시집을 구매하게 되었고, 그것이 쌓이니 꽤 많은 양이 되었습니다.

사실 서재에 얼마나 많은 시집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마음먹고 세려면 셀 수 있겠지만, 굳이 얼마나 많은지 알 필요는 없어서 대략 짐작만 할 뿐입니다. 알라딘에서 구매한 시집을 데이터를 보니 지난 10여 년 동안 1100여 권의 시집을 구매했습니다. 인터넷 서점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책방에서도 많은 시집을 구매했고, 시집을 보내주신 분들까지 합한다면 못해도 1500권 이상의 시집이 서재에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집의 권수가 늘어나다 보니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집도 소장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딸을 셋이나 키우는 한 집의 가장이며, 직장인으로서 고가의 서적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감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고가는 아니지만(최대 5만 원 이하),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집들을 찾아보고자 생각했습니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동네서점을 열었을 때, 그곳을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시의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시집 위주로. 예를 들면 1988년 납북시인 해금이 이루어집니다. 해금 이전에는 정지용 시인 등의 시집 출간은 불법이었기에 공식적인 출간물은 없습니다. 해금이 풀리면서 다양한 출판사에서 납북시인 전집이 발간되는데요, 1988년 언저리입니다.

이때 정지용, 이용악, 백석, 오장환 등의 전집이 발간됩니다. 이 시집들은 모두 초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조병화 시인 '공존의 이유'와 '가을은 남은 거에' 초판본. 각각 1963년, 1966년 발행된 것들이다.
조병화 시인 '공존의 이유'와 '가을은 남은 거에' 초판본. 각각 1963년, 1966년 발행된 것들이다.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시인이라면 김소월 시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시집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요, 제일 오래된 것이 단기 4292(서기 1959년)발간된 <님과 벗에게>입니다.

이 시집에는 ‘소월 정분’이라는 부제가 달렸는데요, 정본이란 ‘연구나 인용을 하는 데 있어 가장 믿을 수 있는 본문을 제공하는 서적’을 말합니다. 이 시집 말고도 ‘소월 정본’(1961년). <소월 시 전집>(1963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집도 수집의 대상이 됩니다. 시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시 한편을 고르라고 하면, 여러 시인이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선택할 것입니다.

이 시가 담긴 시집이 1983년 출간된 <사평역에서>(창작과비평)입니다. <사평역에서>는 여러 권의 시집을 가지고 있는데요 시대에 따라서 시집의 모양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생각 없이 시집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가시화된 목적이 있습니다. 몰론 돈으로 바꿔 생각하면 큰 가치는 없겠지만, 내가 관심을 기울여 사들인 시집이고, 이렇게 이야기로 만들어보니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시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지금까지의 소개 글을 풀어서 얘기한다면, 시를 향한 발걸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앞으로도 꾸준히 수집할 생각입니다.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지역문화진흥원)가 지원하고, 느티나무재단이 주관하는 '2022 협력형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 중 <우리동네 생활기록가 프로젝트>로 '라이프로그'가 발행한 '우리동네' 잡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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