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용인원삼협의자조합 한상창 조합장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진정성을 이해하고 동의해주시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더 큰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 주장은 간단합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생계터전을 잃은 사람에게 개발이익을 돌려달라는 겁니다.” 그는 전례없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협의자조합’도 전국 최초란다. 점차 피수용자 권익 보호 목소리와 제도적 장치 필요성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 산단 현장은 그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한상창(54) 조합장이 서있다.

다음은 한상창 조합장과 일문일답

용인원삽협의자조합 한상창 조합장이 연합비대위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원삽협의자조합 한상창 조합장이 연합비대위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용인원삼협의자조합이란 게 좀 생소하다. 우선 간단히 설명해 달라.

“보상만 받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 이주자택지 신청, 상가딱지로 불리는 생활대책, 세금문제 등 복잡한 게 많다. 토지보상법과 산업입지법에는 주민 재정착을 위한 지원대책을 수립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전문성과 집단적 해결이 절실하다. 한마디로 협의수용민 권익보호와 재정착 지원 그리고 생계대책 마련이 설립목적이라 할 수 있다.”

협의자조합 가입조건은 어떻게 되나?

“실제 영농이나 영업을 한 사람, 주택을 소유했거나 지장물이 있었던 사람 등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사업에 의해 보상대상자는 모두 해당된다. 단 수용재결 대상자는 협의자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

그간 원삼연합비상대책위에서 역할을 맡아왔던 것으로 아는데?

“연합비대위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사업시행자 측인 특수목적법인(SPC) 측과 23개 항에 이르는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원삼연합비상대책위와 협의자조합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각각의 역할이 다르고 접근법이 좀 다를 뿐이다. 보상협의를 마치게 되면 자연히 정관상 연합비대위에 남아있을 수 없다. 자격이 상실된다.”

연합비대위에서 협의자조합을 주도하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힘든 과정도 있었을 텐데.

“연합비대위와 3년 이상 함께했다. 결이 다르니깐. 주위에선 ‘한 쪽은 찬성, 한 쪽은 반대하니 지역사회가 흩어지고 믿음이 덜 가는 만큼 이유 불문하고 합쳐라’ 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 대응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서서히 바꿔가는 수밖에 없다. 다음단계를 대비하고 이미 생계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연합비대위가 소명을 다했다는 입장인데, 협의자조합과 어떤 차이가 있나?

“연합비대위가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있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 있다. 지금은 다음단계 즉 협의자를 중심으로 또 다른 차원의 생계대책과 권익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보상협의는 감정을 넘어 관련법과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상생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생계터전을 잃은 주민들, 지역사회 그리고 사업시행자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했기에 원삼반도체단지 사업이 시작되면서 연구하고 준비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모아진 힘이 있어 가능했다. 꼭 한마디 하자면 연합비대위의 몇 가지 성과는 오늘의 디딤돌이 됐다고 평가한다.”

용인원삼협의자조합 경과 보고회.
용인원삼협의자조합 경과 보고회.

연합비대위가 이룬 3대 성과 중 하나를 말한다면?

“첫째는 주민동의서를 주도적으로 받아놓은 것이다. 이후 사업시행자측과 협상력을 갖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개발 동의서는 공익사업으로 가는데 있어 필수다. 많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해당 사업지내 토지소유자 70%이상이 개발동의서에 동의해야 한다. 법적으론 50%이상이면 되지만 중앙토지심위위원회는 그간 많은 민원을 고려해 70%까지 요구했다. 연합비대위에서 주민에게 개발동의서를 미리 받았다. 주무기관을 비롯해 주위에선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했다. 쓸데없는 짓 한다고 했다. 주민들에겐 스파이로 몰렸다. 토지 및 지장물 조사를 자체적으로 한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개발동의서를 썼어도 이를 거부하면 사업추진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직접 업자를 선정해 조사했다. 23개 요구안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치는데 활용됐다. 물론 여러 이유를 들어 확답형 합의안에 이르진 못했다.”

왜 사업시행자가 해야할 주민동의서 받는 일은 연합비대위가 했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민간사업자와 공공사업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개 민간사업은 미리 사업부지를 확보한 후 사업을 시작한다. 맨땅에서 해본 사업이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른다. 우리로선 협상력 즉 패를 쥔 것이 됐다. 그것들을 통해 23개 항에 이르는 합의안 수용을 요구할 수 있었다.”

최근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 재결서 송달로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재결대상 주민들은 피해가 예상되는데 어떤 입장인가?

“뒷얘기지만 수용재결 절차가 시작되기에 앞서 합의하도록 여러분들에게 요청했다. 공문도 보내줬다. 찾아가라고. 구제방법 없어 짠하다. 설령 보상문제 등과 관련해 다른 길을 갔다고 해도 결국 우리와 같이 생활터전을 잃게 되는 이웃이다. 원삼협의자조합은 별도의 노력을 통해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나서려고 한다. 조합이 할 일이기도 하다. 판단을 잘못해 손해 보는 이들을 구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게 우리의 도리다”

수용자조합의 사례는 있나?

“없다. 전국 최초다. 사실 180조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이면서 직접보상액만 전체 8000억원에 이른다. 부지 조성원가만 350억원이 추가된다. 만약 펩(공장)까지 지으면 평당 1000만원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가 125만평에 달하니 사업자 입장에선 엄청난 이익을 보는 셈이다. 국책사업이라 망정이지 특혜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사업이다. 그런데 단 3년 6개월 만에 수용재결이 떨어졌다. 걸림돌 없이 바로 첫 삽을 뜰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게 된 것이다. 전국에 사례가 없다. 그만큼 토지주와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사회가 엄청나게 협조한 것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사업시행자가 베풀 차례다.”

개발이익은 그간 사업자 몫으로 여겨왔는데?

“사실 우리도 몰랐다. 대장동이 터지면서 다 알게 됐다. 우리가 사업자 측에 요구할 때 명확한 용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개발이익 피수용 주민 환원’이다.”

개발이익 환원과 관련해 토지주 입장과 지역사회 입장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그렇다. 그런데 대립되는 개념은 아니다. 혹자는 개발이익을 보는 사업자에게 원삼지역 전체 마을 안 길을 넓히는 예산지원을 요구하자든가 전체 경로당 신설 및 개보수 등을 요구하자던가 의견도 있다. 나는 달리 생각한다. 공공목적의 예산은 SK산단 완성 후 생기는 엄청난 지방세수에서 10%만 특별예산으로 확보해도 해결하고도 남는다. 자금 대가를 요구하며 사업 시기를 연장시키기보단 빠른 협조로 사업정상화를 도와주고 이후 과실(세수)을 나누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3년 6개월 동안 줄기차게 협상하며 구체화되고 있는 23개 주요 조항을 설명해 달라.

“이미 해결된 것도 있고 남은 과제도 있다. 크게 보면 △보상가 현시세 적용 보상평가 △영농보상금 100% 가산 지급 △개발계획 공개 △실질적인 이주대책 마련 △협의자 택지․공급기준 협상․생활대책 용지․대토보상 등 개발이익 분배 △분묘 이전 및 종중에 대한 특별조치 △수용주민 위로급 지급 △보상금 총액제한 두지 말 것 △시설농가(스마트 팜 조성) 이주대책 마련 등이다. 실제 토지보상금 평가액 기준 13% 가산, 지장물 보상액 30% 추가지급, 손실보상금 30% 가산, 영업 손실금 100% 가산 등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과제와 방향은?

“큰 틀에서 보면 조합원과 원주민 생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생계사업 발굴과 원주민 우선 일자리를 확보하고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에 이관해서 △지역 일자리 창출 △주민소득 창출 △지역발전기금 조성 △생계보장 등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법과 제도 그리고 단합된 힘과 지혜를 모아 주민주도형 사업을 찾아내야 한다. 예로 환경 에너지 사업도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론 성공적인 산단 조성과 지역발전 그리고 협의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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