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체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였다. 팬데믹은 용인시 처인구의 돌봉산 아래에 있는 한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약 120세대가 모여 있는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이곳에선 그동안 계절마다 마을 행사가 조직돼 왔다.

더불어숲 타운하우스의 육아 공동체 ‘라이크북’과 ‘마녀회’ 회원들은 용인시 마을공동체사업 지원금을 받아 식목일엔 가로수 심기와 플리마켓, 광복절엔 물총놀이, 가을엔 할로윈 파티. 마을 주민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요가나 우크렐레, 그림 수업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중지된 것이다. 골목과 놀이터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도 줄었다. 모두 코로나의 여파에 몸을 움츠렸다.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그 사이 아이들은 부쩍 부쩍 자랐다.

하지만 일을 벌여오며 마을 안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은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라이크북’ 회원들은 수시로 용인시의 지원 정책을 살피곤 했다. 2021년 9월, 마침 공부 모임 지원 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약 100만원의 활동비를 3개월간 지급하고 소규모로 운영하는 거라 팬데믹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용인 더불어숲 타운하우스는 계절마다 마을행사를 진행한다.
용인 더불어숲 타운하우스는 계절마다 마을행사를 진행한다.

‘라이크북’은 더불어숲의 육아 공동체로, 집에 있는 아이들 책장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2018년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교육’으로 지원을 받아 생태 미술, 직업 멘토링 프로그램, 부모를 위한 성교육, 역사 및 문화 여행 등을 추진해왔다.

2021년 공부모임에선 마을 주민 5명이 7년 간 마을 활동을 정리하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더불어숲에서 겪은 일을 글로 남겨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며, 공동체 안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리기로 했다.

글쓰기를 진행하던 2021년 가을에서 겨울까지 4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인 상태여서 2주에 한번씩 줌으로 만났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를 나누며 떠올렸다. 모임엔 따로 강사를 초빙하지 않았다.

글을 같이 읽고 의견을 말해주는 ‘합평’의 형태를 취했다. 시작할 땐 과연 한 사람이 2~3편의 글을 써낼 수 있을지 자신 없어하기도 했지만, 대여섯줄에서 시작한 글은 한 페이지로 늘었고, 점차 두세 페이지를 거뜬히 채워나갔다.

한번 글을 완성하자 자신감을 얻으면서 글쓰기 속도도 붙었고 점점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게 되었다. 약 반년이 지나 우린 약 18편의 글을 완성했다. 완성된 글을 문집으로 내기로 했다.

용인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전경.
용인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전경.

‘초보 작가’들의 글이었지만 처음으로 더불어숲의 역사가 기록된 글이기도 했다. 우린 마을 주민들에게 문집 발간을 알리고 일종의 펀딩(예약 주문)을 받기로 했다. 한 권 당 만원씩 판매해서 총 100권을 제작하는 비용을 충당해보기로 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더불어숲 문집에 반갑게 호응했다. 100권의 제작비를 거뜬히 웃돌았고, 수익금은 마을의 행사 운영 모임인 ‘마녀회’에 기부했다.

문집 1부는 주택에 살게 된 이유부터 주택을 관리 보수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으로 시작한다. 또 숲에 둘러싸인 마을에 살면서 만나는 동물들, 마을 전체가 번개 피해를 봤지만 서로 도와가며 극복한 이야기, 마을 주민들의 응원 속에서 한 가정 출산 경험이 담겨 있다.

2부는 본격적으로 마을 활동이 펼쳐진다. 여름의 물놀이와 가을의 할로윈 파티부터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을 받게 된 여행과 마을 운영에 관련된 활동도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 음식을 나누거나 봄에 쑥을 뜯어 함께 절편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도 실려 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마을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7년 간 용인의 더불어숲 타운하우스에서 살아온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2022년 가을, 요즘 마을은 다시 활기가 넘친다. 문집을 읽고 마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늘어서일까. 얼마 전엔 마을 자치운영회가 다시 만들어졌고, 마을 곳곳의 잡초 제거, 도로 개선 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여름 물총놀이도 성황리에 마쳤다.

더불어숲 마을 살이는 단지 추억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 우리들의 이야기”는 또 누군가에 의해 보태고 다시 쓰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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