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맘껏 뛰놀거나 물놀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하고 재미가 없을 터. 가족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으로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며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 하는 이들에게 좋은 여행이 있다.

산업관광이다. 기름내 나는 공장 견학이 아니라 모던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있고, 당나귀와 양이 뛰노는 농장도 있고, 최첨단 산업현장도 있다. 여행하며 배움을 얻는 일석이조 여행지로 떠나보자. /편집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김중업건축박물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김중업건축박물관.

근대건축계의 거장과 만남, 안양 김중업건축박물관

김중업은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다. 세계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로 최신 서구 건축기술에 우리 전통건축과 예술을 접목해 예술로서의 건축관을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그의 생애와 건축관을 보여주는 곳이 김중업건축박물관이다.

이 곳은 옛 유유산업 안양공장의 연구동을 새 단장해 2014년 3월 28일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옛 유유산업 안양공장은 1959년에 설계한 김중업의 초기 작품이다. 연구동은 건물의 구조체계를 노출시켜 조형적인 효과를 거두려는 의도가 잘 나타나있다. 벽돌과 유리의 재료사용 비례에 따른 벽면 분할은 김중업 초기 건축의 특징이라고 한다.

김중업 박물관 내부 모습 /경기관광공사
김중업 박물관 내부 모습 /경기관광공사

김중업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1층은 김중업의 생애와 시기별 건축 이야기, 2층은 김중업의 대표 건축물을 모형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한다. 미술과 문학에 재능을 보였던 김중업이 어떻게 건축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삼일빌딩 설계비를 받지 못한 채 1971년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게 된 사연 등 건축가 김중업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품도 만날 수 있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선을 콘크리트로 표현한 ‘주한 프랑스대사관’, 계단이 조형적 요소로 강조된 ‘부산대학교 본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가 적용된 ‘서강대학교 본관’ 등 다양한 건축 작품을 통해 건축과 예술을 통합시키려는 행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별전시관은 2022년 김중업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디어 아키텍쳐:김중업, 건축예술로 이어지다’라는 특별전시를 9월 25일까지 열고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설날과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문의 031-687-0909, 누리집 www.ayac.or.kr/museum,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

양주 느린마을 입구 전경. /경기관광공사
포천 느린마을 입구 전경. /경기관광공사

전통주 향기에 취하다, 포천 느린마을 산사원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이 있다. 이름난 가문에 빼어난 술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 조상들은 각 가정에서 술을 빚어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집에서 빚은 술로 제사를 지내고, 벗을 초대해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기울였다.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당하고, 일제에 의한 주세령 반포로 사라져간 가양주 문화와 각 지방을 대표하는 전통주 등을 소개하는 곳이 경기도 포천의 운악산 자락에 있다. 바로 전통술박물관인 느린마을 산사원이다.

산사원은 크게 본관과 산사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본관은 우리 술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전시가 주를 이루는 전통술박물관, 평생을 전통주에 미쳐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을 개척한 배상면을 추억하는 우곡기념관, 배상면주가에서 생산된 술을 음미하고 구입할 수 있는 시음 코너와 판매장으로 나눠져 있다.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느린마을 산사원.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느린마을 산사원.

산사정원은 ‘산사나무가 있는 정원’이라는 의미다. 산사춘의 원료가 되는 산사나무를 강원도에서 발견해 스무 그루를 옮겨다 심었다. 산사정원의 핵심 공간은 세월랑이라 부르는 전통 증류주 숙성고다.

운치 있는 술도가의 풍모가 느껴지는 세월랑에는 400여 기의 대형 술독이 늘어서 있고, 술독에서는 술이 익어가며 향긋한 술 냄새가 풍긴다. 세월랑 뒤로 정원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우곡루’, 약 150년 된 전남 부안의 쌀 창고를 옮겨온 ‘부안당’, 근대 양조 시설을 전시하는 코너 등이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입장 마감 오후 5시)이다.(문의 031-531-9300,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자동차의 첨단기술이 궁금해?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우리가 거의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이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과학이 숨어 있는지 등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자동차에 숨어있는 최신 기술을 총 망라해 보여주고,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여행지다.

이 곳에 들어서면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되는 아이오닉5, 캐스퍼 VAN, 투싼, G90 등 전시 차량을 만나게 된다. 모든 차량은 탑승이 가능하다. 덕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내부에 어떤 편의시설이 적용돼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차량을 지나 상설전시관으로 이동하면 강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동차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강철을 녹여 자동차 프레임을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운전석과 유리를 부착하는 등 자동차의 외형 공정을 전시한다.

현대모터스 공양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경기관공공사
현대모터스 공양은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경기관공공사

전시실 안으로 한 발 더 들어가면 에어백의 원리, 바람의 과학, 사운드 기술 등 자동차에 적용된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과 기술 등을 시각화해서 설명한다.

눈으로 보는 전시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을 위해 전기자동차와 신차의 시승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테마시승은 사전 예약을 통해 진행되며, 차량 옆에 배치돼 있는 구루가 동행해 시승 코스를 돌아본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래차량 S-링크를 레고로 직접 디자인해보고 간단한 코딩 교육을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경험해 보는 레고와 함께하는 미래자동차 코딩 워크샵,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어보면서 자동차의 기본 구조와 디자인을 배우는 넥쏘 퍼즐 자동차 워크샵 등이 운영된다.

이용 시간은 상설 전시 오전 10시~오후 7시, 다목적홀 오전 9시~오후 8시,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과 다음날은 휴관이다.(문의 1899-6611(ARS 1번) 누리집 motorstudio.hyundai.com/goyang,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로 217-6)

동심을 자극하는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은 어늘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동심을 자극하는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은 어늘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동심 자극하는 만화의 추억,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세대를 불문하고 어린 시절 공통점이 있다. 만화다. 누군가는 TV에서 본 만화를, 다른 누군가는 만화방에서 보았던 만화책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만화는 그렇게 모든 이들의 추억 속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은 대한민국 만화의 역사를 보여준다. ‘만화란 무엇인가?’, ‘만화가 명예의 나무’, ‘입체 상영관’, ‘체험존’ 등 다양한 주제로 꾸민 상설전시관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애니메이션 전용상영관으로 지정한 만화상영관 등이 있다. 누구나 마음껏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만화도서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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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

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1칸짜리 ‘삽화’에서 시작된 한국 만화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는 동안에도 잡지와 신문에 꾸준히 실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82년 10월에 국내 최초의 만화 잡지 ‘보물섬’이 창간될 수 있었던 힘이다. 당시 ‘보물섬’에 연재된 김수정 작가의 ‘아기공룡 둘리’와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에 들어 만화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인터넷으로 출판하는 웹툰이 등장했다. 참신한 소재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지옥’ 그리고 2018년 개봉해 12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영화 ‘신과 함께’ 등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대표 작품들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과 설날 및 추석 연휴는 휴관이다.(문의 032-310-3090, 누리집 www.komacon.kr/comicsmuseum, 부천시 길주로 1)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조명박물관.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조명박물관.

빛으로 빛나는 순간, 양주 조명박물관

등대가 아름다운 건 어두운 밤바다를 빛으로 인도해서고 극지방의 오로라가 매력적인 건 플라스마가 대기의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서 다채로운 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조명은 인류의 생활양식이 담긴 문화적 산물이다. 빛, 조명, 색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고찰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경기도 양주의 조명박물관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귀신고래 조형물이 반긴다. 천장에 매달린 귀신고래는 마치 심해를 헤엄치는 듯 신비롭다. 신비함을 더해주는 게 파란색 조명이다. 귀신고래를 따라 전시실로 입장하게 된다. 관람은 지하 전시실을 둘러본 후 1층 전시실을 돌아보는 순서다.

지하 전시실은 ‘빛상상공간’, ‘라이팅빌리지’, ‘과학이 들려주는 빛 이야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빛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빛상상공간의 ‘색깔이 있는 그림자’는 그림자도 색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두 개의 빛을 비추게 되면 그 색이 그림자에 입혀지게 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양주 조명박물관은 조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양주 조명박물관은 조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엘리스의 문’은 빛의 그라데이션 효과로 만들어진 끝이 보이지 않는 빛의 통로가 사차원 세계로 통하는 입구처럼 느껴진다. 과학이 들려주는 빛이야기는 빛의 굴절, 분산, 직진, 색혼합 등 기본적인 빛의 본질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1층의 조명역사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조명의 역사를 설명하고, 시대별 조명을 보여준다. 전통조명관은 인류 최초의 인공조명인 불의 발견에서 문명의 발전 단계에 따른 조명의 진화 과정을 알려준다. 등잔을 걸어 놓은 단이 여러 개 있는 등경, 등잔을 올려놓을 수 있는 등가, 안방에서 사용하던 등화구 등 전기조명 이전의 조명이 있다.

근현대조명관은 등잔 같은 재래식 조명기구를 대신하게 된 새로운 조명기구를 보여준다. 마차등, 자동차등, 철도등, 항해등의 근대 교통조명과 남포등, 가스등, 백영등 같은 우리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온 조명기구가 전시돼 있다. 엔틱관에는 유럽인들의 오래된 생활 문화가 담긴 스탠드, 샹들리에 등이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1월 1일과 설날 및 추석 연휴, 6월20일(KH Feelux 창립기념일)은 휴관한다.(문의 070-7780-8911, 누리집 www.lighting-museum.com, 양주시 광적면 광적로 235-48)

/정리 함승태 기자, 자료 경기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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