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미국 뉴욕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 일본인 레지던트 신야 히로미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되던 내시경 검사법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다.

광섬유가 소개되면서 빛을 모아 인체 내부 장기에 조명을 주고, 동시에 내부 영상을 카메라를 통해서 관찰하는 것이 시도되고 있었다. 곡선이 적은 인체 내부 영상은 간단한 장비로 접근 가능했지만 굴곡이 많고 꼬임이 많으며 1미터가 넘는 길이를 관찰해야 하는 대장과 소장은 쉽지 않았다. 당시 기술로는 30~50cm 정도의 구불결장까지가 한계였다.
 

초기 대장내시경 시행 모습, 모니터가 없어서 내시경에 눈을 대고 봐야 했다.
초기 대장내시경 시행 모습, 모니터가 없어서 내시경에 눈을 대고 봐야 했다.

격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와 마취제를 투여하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으나 좌측 결장까지 도달하는 것이 한계였고, 전체 대장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드물었다.

1960년대에는 긴 대장내시경 장비를 의사 한 명이 조작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한 명은 조작부를 조정하고 다른 한 명은 대장내시경관을 앞으로 밀어 넣으면서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두 명의 의사가 참여하기에 더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호흡이 맞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섬세한 조율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기에 젊은 전공의였던 신야 히로미는 혼자서 왼손으로 조작부를 조정하고 오른손으로 대장내시경관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진행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한손으로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눈을 대고 화면을 보면서 또 다른 손으로 내시경관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던 과정에서 외과 전공의였던 신야 히로미는 수술장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기회가 생겼다. 수술 도중 다른 부위 대장에도 용종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카메라를 통해서 추정해야 했던 대장내시경관의 꼬임과 비틀림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꺾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 한 방향으로 꼬인 현상이었다. 왼쪽으로 꼬여있던 장관을 우측으로 돌리면서 후진하자 대장이 쭉 펴지면서 일직선으로 만들어져서 진입하기 쉽게 되었다.

전진보다 때로는 뒤로 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신야는 다른 대장내시경 환자에게도 같은 기법을 시도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장내시경 전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5년이 지나자 신야는 90% 이상의 환자에서 대장을 내시경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신야 히로미가 고안한 용종 절제를 위한 올가미 그림
신야 히로미가 고안한 용종 절제를 위한 올가미 그림

신야 히로미의 성공에는 내시경 개발회사의 도움도 있었다. 일본의 올림푸스사에서 근무하는 이치카와 히로시라는 공학자는 내시경 기계를 개발하면서 신야 히로미와 수시로 의사소통을 하며 개선해 나갔던 것이다. 1969년 1월 8일 내시경 개발자를 만난 신야는 수술 장갑 봉투 몇 개를 들고 나왔다.

봉투 뒷면에는 그림과 설명이 있었다. 대장 내부에 있는 용종을 제거하는 올가미 형태의 기구였다. 전선을 꼬아 만든 올가미에 전기를 흘려보내 용종을 제거해보자는 것이었다. 몸속에 전기를 흘려 보낼 경우 화상이나 전기 감전의 위험성 등으로 회사 측은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명확한 반대도 하지 않았다. 두 명의 젊은이는 용감하게 동물 실험을 시작했다. 동물실험을 통해서 화상이나 감전이 일어나지 않고 용종만 선택적으로 제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하던 신야 히로미는 1970년 뉴욕 학회에 자신이 시행한 대장내시경 검사 중 시행한 용종 절제술 사례를 발표했다. 외과적 수술로만 가능했던 대장 용종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신야 히로미는 곳곳에서 대장내시경을 통한 용종 절제술을 소개하면서 강연했다. 대장내시경 검사와 용종절제술은 국내에도 소개돼 곧 활발하게 시행되었다.

대장에서 발견된 용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자 용종이 서서히 악성화되는 과정이 밝혀지면서 적극적인 제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특히 서구화된 식문화와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대장용종과 대장암도 증가하고 있다. 용인도 최근 몇 년간 위암보다 대장암 환자가 더 많이 발견될 정도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감소되면서 모임과 일상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미루었던 건강검진도 다시 재개되고 있다. 지난 2년간 필요한 검사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망설이면서 지연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암환자 발견이 감소했다. 지금이라도 미루지 말고 기회를 내서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