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국민의힘 압승이다. 용인뿐만 아니다. 전국적이다. 국민의힘이 잘 해주길 기대하고, 민주당 역시 잘 이겨내길 또 바라본다. 선거가 남긴 것은 많다. 그 중에서도 네 숫자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싶다. ‘0.7’, ‘16’, ‘54’ 그리고 ‘0’이다.

0.7%다. 3개월 전 열린 대통령 선거 당락을 갈랐던 수치다. 역대 최저 차다. 당선자를 낸 국민의힘이나 패배한 민주당이나 모두 아슬아슬했다는 것에 공감할게다. 특히 민주당은 잘만 하면 이겼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을 것이다. 그 아쉬움은 곧 자신감의 다른 의미기도 하다.

“나라면 0.7%는 따라 잡을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을 갖고 분명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했을 것이랴. 하지만 결과를 보니 선거에서 ‘0.7’은 수학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금 입증됐다. 조금만 노력하면 0.7% 유권자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착각인 셈이다.

두 번째 ‘16’이다. 이번 선거에서 용인시의회 의원 당선자는 총 32명이다 지역구 28명에 비례대표 4명까지. 절반씩 챙기면 16명이다. 이번 선거 결과 민주당이 2명 더 많은 17명, 국민의힘이 15명이다. 절대적으로 절반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용인시장 후보가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의회가 민주당 쪽으로 조금 치우진 것이 오히려 황금비율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유권자가 나서 견제와 균형을 맞춰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선거 방식이라면 결과는 무조건 5:5에 가까운 결과에 접근한다. 실제 시의회 선거구 현황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알뜰하게 나눠 먹기식으로 정리했다. 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두명 당선되면 또 다른 선거구에서는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이 그런 성과를 거뒀다.

정치권 셈법에 맞춰 구성된 황금비율은 결국 안일한 정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데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발품을 팔 필요가 있을까. 제 아무리 유권자와 밀착해도 기호가 뒤쳐지면 또 낙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54’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용인시 전체 투표율이다. 절반을 조금 상회한다. 처인구는 이보다 낮으며, 수지구와 기흥구는 조금 더 높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투표율이라 용인시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말하기는 부족함이 많다. 대표성 순도를 말하고 싶다.

용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가 민주당 백군기 후보에게 다소 큰 표 차로 이겼다. 반면 시도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많게는 만표 이상에서 적게는 수백표차로 당락이 달렸다. 만약에 투표율에 변동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선자의 열띤 선거운동이나 용인시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부진 다짐을 폄하할 생각이 아니다. 단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대표성 순도를 입증하는 방법은 의외로 명료하다. 4년 임기동안 약속한 것을 지키면 된다. 그리도 임기가 끝나면 평가는 저절로 이뤄진다.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숫자는 ‘0’이다. 지방선거 역사상 용인에서 무소속이나 거대정당이 아닌 군소정당 후보로 나서 당선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시의원 선거에 진보당도 정의당도 무소속 후보도 나섰지만 당선은 고사하고 득표율마저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에 대한 답도 간단하다. 지금 선거판에서 군소정당은 여전히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 아무리 알리고 싶어도 언론 관심도 ‘0’이다. 유권자는 후보를 알 길이 없고, 후보는 유권자에게 알릴 방법이 없는 경쟁에서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반면 또 다른 ‘0’이 있다. 무투표 당선자들이다. 그들의 공식 선거 운동이야 말로 ‘0’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다음달이면 용인시장도 용인시의회 의원도, 경기도의회 의원도 큰 폭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기대감도,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흔히 말한다. 살아 움직이듯 시시때때로 변화가 있고 변수가 있음을 의인화 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시장이 바뀌고 의원들이 바뀐다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민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지켜본다. 시민이 중심이다. 우리는 말한다. 정치는 유권자, 시민을 위해서 하라고. 그들만 정치를 하는 순간 그들의 정치는 멈춘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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