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마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좁다란 골목길이 많고 벽돌로 된 이층집들이 여러 채 모여 있으며, 집 주변으로 밭과 산책길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사는 그런 풍경이 내가 생각하는 마을이라는 이미지다.

내가 살던 동네는 큰 도로에서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한적하고 골목길이 많은 빌라 단지였다. 그래서 도시 느낌도, 마을 느낌도 있는 곳이었다. 난 내가 살던 빌라 주민들과 친했다. 도시에서 대단지 아파트에 살 때는 어린이집 친구 가족들과 어울려 노느라 몰랐는데, 이곳으로 이사를 와보니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가 조금 더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빌라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우리 남매를 많이 예뻐해 주셔서 먹을거리도, 상추도 갖다주셨다. 우리 가족은 옆 동에 살던 지율이네와도 친해졌다. 막냇동생과 동갑인 지율이네와 여행도 다니고, 서로 집으로 놀러 가서 밥도 먹고 파자마 파티를 하기도 했다.

황채은양이 자랑하는 마을과 함께 뛰노는 마을 아이들
황채은양이 자랑하는 마을과 함께 뛰노는 마을 아이들

지율이네 이모는 네일아트를 하는 분이어서, 내 손톱은 항상 예쁜 네일아트가 되어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웃이 생기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집 근처 태권도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 학원에 더욱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멀리 이사를 하게 되었고, 학원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학원에서 만난 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설득했고 나를 존중해 주는 부모님께서 허락해 주셨다. 지금은 물론 나만의 목표가 생긴 것도 있지만 그 당시 작은 학교에 친한 친구가 없었던 나에겐 새로 사귄 친구가 큰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님 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던 나는 중학교를 집에서 버스로 50분이나 걸리는 이전 집 근처 학교로 통학하기로 마음먹었다. 태권도 학원에서 사귄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이 그 학교에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 혼자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부모님의 걱정과 달리 자신감이 넘쳤고, 떨리지도 않았는데 막상 처음 학교 앞에 서고 보니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맨날 이 길을 가야 한다니….’ 하며 살짝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적한 우리 동네가 주는 포근함이 좋아서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사는 아파트 주변에는 편의점도, 식당도 많아 불편한 것 없이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예전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다.

생각해보면 졸업한 대안학교에서 동네학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마을을 걸어 쓰레기를 주우며, 주변 자연을 구경하고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마을이 어떻게 생겼나 둘러보면서 동네를 걷는 일이 재밌었다. 작은 학교이고, 인원이 적었기에 가능했던 동네학은 친구들끼리 동네 한 바퀴를 걷는 느낌이었다.

친한 언니, 선생님과 마을을 걸으면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물론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달랐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시간을 통해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스스럼없이 어른들을 만나고,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 옆에서 텃밭도 가꿨다. 기른 채소를 재료로 선생님들이 점심 식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심고 가꾸기는 힘들었지만 기르는 동안 열려 있는 방울토마토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었고, 오이, 고추, 호박, 감자, 고구마 등 채소들을 수확할 때 뿌듯했다. 주변 어른들은 학교에 학생이 적어서 사회성이 부족해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작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통해 나를 많이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벌써 이 공동체가 그리워진다.

황채은
황채은

마을 교회와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하기도 했다. 바자회나 벼룩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갖고 싶은 옷과 가방도 샀다. 복지관에서 열리는 나눔축제에서 캠페인을 도와 점자체험을 돕는 활동도 했다. 가끔 만나던 마을 공동체학교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작은 하모니카 연주회를 해 준 적도 있었다. 내가 경험했던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았던 마을, 동생들도 이 마을에서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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