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원장
이동훈 원장

용인시 코로나19 확진자 38만명, 사망자 170명, 치명률 0.04%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보이지만 요양원에서 사망한 환자를 포함하면 사망자가 359명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 이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의 협조로 진행됐으나, 오미크론 유행 이후 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지역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진단 참여와 민간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참여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오미크론의 큰 파도를 넘기면서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용인시의 의료체계를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대응은 많은 준비를 해도 부족한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돌발적인 상황이나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이상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빠른 분석과 대응이 필요했다. 수시로 바뀌는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일선 현장은 대응하기에 벅찼다. 아침에 내려온 지침이 점심때 수정되고, 저녁에 폐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중앙정부의 지침을 중간에 전달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역량도 한계가 있다. 지방정부들이 시민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건소의 일반 진료를 중지하면서 전력을 기울여 코로나19에 대응한 배경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인시는 지난 2년간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일반진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했다. 진료량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코로나19 이전과 큰 변화가 없다고 평가될 만큼 많았다. 중앙정부는 보건소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건증이라고 불리는 건강진단서 업무를 지역의료기관에 위임하도록 했다.

보건소는 일반 진료에 집중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건소법 제6조에 규정된 업무 중 첫 번째가 전염병 및 질병 예방, 관리와 진료에 관한 사항이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이 전염병 예방이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

그 다음으로 보건 통계, 보건의료정보 관리, 지역 보건 기획 및 평가, 보건교육, 영양개선, 식품위생, 공중위생, 학교 보건이다. 과거 의료기관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보건소의 일반 진료 업무가 중요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충분한 현재 일반진료 업무보다 법에 규정된 것처럼 감염병 관리와 연구 분석에 중심을 옮겨야 할 시점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감염관리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통계뿐 아니라 각종 감염 질환에 대한 연구 결과와 해외동향을 파악해 지역 의료계에 제공한다. 감염 질환 유행 정보는 의료뿐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오미크론 유행 역시 용인 주변 지역에서 확산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인지하고 선제적 대응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이었다. 전 세계 코로나 유행상황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분석하고 통계 자료를 제공했다. 전 세계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존스 홉킨스대의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센터’에 접속했다. 이런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많은 예산이나 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존스 홉킨스대도 처음에는 단 2명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전 세계의 정보가 미국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 생기겠지만 감염병은 유행을 반복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전파된다. 우리가 용인지역을 넘어선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보건의료 시각을 용인을 넘어서야 진정한 특례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감염병 대응에 있어 의료기관을 넘어선 사회적 참여가 이뤄진 드문 상황이었다. 질병을 치료할 때 환자의 사회적 환경 등도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역시 바이러스의 전파를 국민 모두 참여해 막아보자는 새로운 시도였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불린 영업시간 제한은 장시간 지속될수록 피해는 커지고 국민적 피로감도 증가했다. 10시, 9시 등으로 진행된 획일적인 시간은 각 지자체의 유행상황과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다. 용인의 경우 도시화된 수지·기흥구와 처인구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중앙에서 방역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방에서는 참여와 소통이 거의 없었다. 일부 정보는 보안이라는 이유로 전문가 단체인 의사회에도 공유가 안돼 유행상황을 맘카페 등을 통해서 확인하는 실정이었다. 물론 환자 진료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매일 방역당국 회의 참여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가 우리에게 준 선물 중의 하나는 비대면 참여다. 온라인 화상 회의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용인시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시민 건강을 위해 지역 의료기관이 좋은 진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는 오랜 준비 끝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동백에 유치했다. 그 결과 1차-2차-3차로 이어지는 진료시스템이라는 외부적 구성 요소는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실을 살펴보면 지역의 1·2차 의료기관이 발전하기도 전에 아니 발전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 유행 가운데 큰 타격을 입었던 소아청소년과 등을 중심으로 문을 닫고 용인을 떠난 곳도 있다.

2차 병원급 의료기관의 성장에 용인의 환경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3차 병원은 각종 기부금으로 추가적인 재원이 확보되는 반면, 지역 1·2차 의료기관은 혜택이 전혀 없다. 뿐만아니라 용인은 지역 보건소에서 정책적으로 저가의 진료 경쟁까지 과열되는 상황으로 설립된 병원도 폐업하거나 요양병원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지역 의료기관의 육성과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외부기관의 유치만 신경 쓴다면 결국 남아 있는 기관들도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민선 8기는 지역 의료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에 대한 정책적 방안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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