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원장
이동훈 원장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의 화두는 세계의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반지성주의 극복이었다.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에 반해서 집단적 갈등과 이념의 차이로 사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상대방을 억압하려는 행동은 최근 국회 청문회장에서 “이모”와 “3M” 상황까지 초래했다.

반지성주의는 진시황제 때 유명한 분서갱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는 문자와 도량형뿐 아니라 통치 형태도 과거의 봉작제도에서 군현제도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했다. 당연히 춘추전국시대에 남아있던 귀족들은 저항했고, 이를 적폐로 규정하면서 가혹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 사상과 제도를 뿌리째 뽑아내기 위해 각종 이념 서적까지 불태워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책은 태웠지만 구시대의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학자들은 책 내용을 암기해냈고,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세워지자 책은 빠르게 복원되었다.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지식은 과학적 한계로 오류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과학적 오류를 수정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대한 적절성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과 개혁이 시도되면 과거의 관습과 생각과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끌어내면서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면 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쉽지 않다.

진시황제 이후에도 전체주의와 독재세력은 권위에 도전하는 지식인을 탄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철의 장막이 형성되었고,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대립이 악화되고 있었다. 1949년 12월 중국 대륙에서 장제스가 마우쩌둥이 이끄는 공산군에 패배해 대만으로 패퇴하는 등 공산주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1950년 미국 동부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에서 조지프 매카시 미 상원의원은 공화당원 모임에서 미 국무부에 205명이나 되는 공산주의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자 즉 간첩이 있다는 이 주장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북한 공산당의 기습 남침으로 한국전쟁까지 시작되고 실제 간첩들이 발견되면서 작은 의혹도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가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 정보나 지식을 독점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확산되면서 반지성주의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의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신 개발 초기에 경험 부족으로 여러 사고가 발생했다. 1955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커터 연구소에서 제조한 소아마비 백신에 불활성화 되지 않은 진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어린이들에게 주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 과정에서 규격이 다른 여과막을 사용한 결과였다. 백신과 의약품 제조 과정에 엄격한 안전성을 강조한 사건이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여러 백신의 안전성 관련 사건은 백신 반대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도 빠른 개발과정에 따른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았기에 여러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통계학적으로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일부 이상 반응이 발생한 사람들에게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무조건 백신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백신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판단이다. 백신의 안정성을 재검토하면서 안전한 백신을 추천하고 국민 개개인별로 필요성을 재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신과 더불어 공공의료에 대한 논란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감염관리와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감염관리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 보건정책은 낮은 비용으로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개념으로 감염관리 비용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에서 감염관리료를 신설하자 많은 의료기관이 수익에 도움이 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2개월만에 감염관리료는 폐지되었다. 감염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도 없는 상황에서 감염관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결국 국가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영기관인 의료원과 보건소가 감염관리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 국영의료기관을 공공의료로 포장해 국민에게 접근하고 있다. 국영보다 공공이 국민에게 접근하기 더 좋은 명칭으로 공공버스 등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가가 기본적인 경비를 보장해주는 공공의료가 활성화될수록 역설적으로 해당 분야의 민간의료는 쇠퇴할 수밖에 없고, 국민의 의료 접근성은 심각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료가 모두 공익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공공의료기관도 실적 등 경영 평가를 받는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용인시 보건소는 공공의료기관임에도 감염병과 관련 없는 고혈압, 당뇨병 등 일반진료 실적이 경기도 다른 시군보다 6배 이상 많다. 물론 훌륭한 진료 실적에 칭찬해야 하겠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에 집중하라는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등 중앙 정부의 권고는 전혀 듣지 않은 결과다.

공공의료가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영리를 추구할 경우 지역 의료에 큰 피해를 준다. 용인에도 코로나19 유행과정에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 특히 환자 수가 급감한 소아청소년과 등의 경우 치명적이었다.

지난 3월 오미크론 유행이 심각해지면서 용인시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대면 진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시민들이 없었다. 하나둘씩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졌던 것이다.

단순한 구호나 선언보다 과학적인 연구와 분석을 통해 용인지역에 필요한 의료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2022년 5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고, 6월 용인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 용인시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도록 용인시 보건의료정책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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