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여만에 사실상 해제됐다. 일상은 변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나브로란 말이 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생기는 변화 말이다.

행정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것은 10여일 정도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해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이미 일상과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언제부터 자영업자들은 진출입 확인을 하지 않더니, 급기야 손소독약도 찾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밤 8시만 넘으면 조용해지던 거리는 10시가 넘도록 시끌했다. 어둠은 사라지고 그 빈공간은 인파가 채웠다. 드문드문 찾던 손님들은 어느새 식당을 가득 메웠다.

하루건너 하루 등교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매일 수업을 받게 됐다. 물론 여전히 결석률이 높아 수업 분위기는 어수선하지만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그것만으로 행복해 한다.

아직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진 듯하다. 홀로 식사하는 사람도 줄었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무리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어쩌면 코로나19와 관련해 변한 것은 크게 없는데도 말이다. 전국에서 여전히 수만명의 확진자가 생기고 또 수많은 생명이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다. 그뿐인가.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보건소 등 보건당국이 할 일은 여전히 태산이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많은 이웃들에겐 일상회복은 먼 이야기다. 발길이 끊긴 식당은 다시 문을 열고 싶지만 준비에 필요한 자금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가장이 새로운 직업을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담보돼야 한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리가 적용될 시기만 해도 부족하지만 지원금이 나왔다. 이제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알아서 극복해야 할 일만 남았다.

누구는 ‘보복 소비’라해서 그간 참아온 소비생활을 과도할만큼 적극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이도 남의 이야기로 들리는 사람들이 많다. 확진자들도 일상 회복은 아직 멀었다. 21일 취재 차 만난 50대 여성은 확진 후 자가격리가 끝난지도 한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가래와 기침에 힘들단다. 확진 이전에는 전혀 없는 증상이란다.

무엇보다 지인은 재감염을 두려워했다. 직장 내에서도 일상회복은 아직 멀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처인구 한 제조업체는 그들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올지 안 올지도, 온 다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데 말이다. 말 그대로 학수고대 하고 있는 처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는 어렵지 않다. 과학과 의학을 근거로 특정기간에 맞춰 선포만 하면 된다. 물론 그 근거를 찾고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그 기간을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 일상은 회복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일상회복은 그저 선언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이 필요한 사람은 직장을 가져야 일상이며,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단골손님을 다시 회복해야 일상이다.

마스크에 가져진 사람들 표정이 가감 없이 드러날 수 있어야 그게 일상이다. 코로나19가 뒤덮은 우리 사회는 2년 넘도록 갈피를 못 잡다 이제야 더디지만 다부지게 한발 한발 옳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전염병 시국이지만 이를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한 속도는 ‘시나브로’가 적절하다. 그때까지 성급해서는 안 된다. 용인시도 이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지금껏 방역은 중앙정부 몫이라며 적극성에서 다소 물러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방역 차원의 행정이 아니다. 복지와 사후 관리다. 이는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디에 사는 누군가가 전염병 시국에 어떤 피해를 입고 무엇이 필요한지는 용인시가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피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예산이 없고 근거가 없다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서라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된다. 그것이 유권자인 시민이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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