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변호사
김민규 변호사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을 보면 참가자들이 456억을 얻기 위해 총 6개의 게임에 참가한다. 게임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그중 잔인한 것은 게임에서 지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사연이 있는 참가자들은 살기 위해 서로 목숨을 걸고 열과 성의를 다해 싸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오징어 게임’의 최후 승자는 성기훈(이정재) 이었다. 성기훈은 혼자서 456억을 독차지하지만 게임에 참여했던 455명은 모두 죽는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이 든다. 기훈이 본인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게 만든 행위는 정당한 것일까? 내 목숨을 내가 지키겠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형법 제22조(긴급피난)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라면 긴급피난이 성립할 수 있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①피난 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②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해야 하며 ③피난 행위에 의해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④피난 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구하는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한다면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로 봤다.

무엇보다 긴급피난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은 자유보다 우월한 가치여서 생명 보호를 위한 자유 침해는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지녀 서로 양적·질적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가 보자. 자신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참가자를 죽게 만든 기훈에게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누구도 성기훈의 생명이 다른 참가자의 생명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성기훈의 행위는 대법원이 제시한 ③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따라서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으며 정당하지 않은 행위라 봄이 타당하다(다만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아무튼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기훈은 아무에게도 ‘오징어 게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456억을 은행에 넣어두고 몇몇 참가자 유가족을 위해 조용히 돈을 쓰며 자신의 안위를 찾는 듯하다. 아마도 본인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법무법인 동천 031-33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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