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조현아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 때의 일이었다. 장애인 인권운동단체가 그렇듯, 투표소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사전투표를 하지 않고 본투표에 임했다.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라는 이름으로 선거 전부터 중앙선관위에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모니터링을 한다.

기흥구 구성동 제2투표소는 언동중학교 영어교실 2층으로 입구부터 계단이었다. 선거관리 안내원은 사전 온도를 재고, 올라가서 확인을 받으라고 안내했다. 투표장에 들어가니 나오는 길을 온통 책상으로 막아놨다. 투표하고 입구에 있던 선거관리 안내원에게 물었다. “장애인, 노인, 또는 유모차를 끌고 오신 분은 투표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제야 말했다. “저 언덕으로 올라가서 중앙현관으로 가시면 돼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렇다면, 저쪽에 올라가기 위해서 노인들 또는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지 않는다면 돕는 사람이 있을까? 그때, 한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더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분을 차에서 내리게 해 수동휠체어에 태워 중앙 현관으로 힘겹게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그 안내원은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하고 말았다. 너무 놀라워 따라가 보았다. 입구에는 ‘문을 흔들지 마세요’ ‘화장실을 잘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중앙현관 안쪽에 있던 사람은 출구 조사원들이었다. 조사를 갔던 필자와 한 나이 많은 여성이 올라왔는데, 그마저도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입구가 아니니 도로 내려가서 투표를 하라’는 말을 전했다. 나는 그분 뒷모습을 보고, 안으로 문을 열어 달라고 한 후 물었다.

“그런데, 이 문은 왜 잠가놓은 겁니까?” “열어 달라고 하면 열어줍니다.”

“아니 일단, 문을 열어줘야지, 본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온 사람을 도로 내려가라고 하는 게 맞습니까?”

당황한 듯 선거관리 안내원을 불러 계단 입구에 있던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바로 잘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앙 현관에 들어가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큰 가림막이 연이어 있었다. 그에 대해 다른 이는 “오면 열어줘요” 라고 말했다. 게다가 출구라고 말하는 곳, 나가는 길이라는 곳은 계단이 3개나 있었다.

화장실을 잘 써야 한다는 안내문을 써둔 것이 입구에 버젓한 데, 여성장애인 화장실 입구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투표소로서 잘못된 동선이자 설계였다. 필자는 구성동을 관할하는 기흥구선관위가 2층 영어교실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평등하지 않음을, 그리고 학교도 누군가는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모른 채, 처음부터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고 복잡한 것은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의한 구조적 차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들이 말하는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생존권 등은 이미 오랫동안 장애인이 평등하게 살지 못하도록 만든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때문이다.

이 구조를 해체하고 바꾸지 않고서는 구조적 차별은 개인의 문제로 남는다. 문제를 제기한 투표소도 모니터링 결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통해 중앙선관위에 하나의 사례로 남겨놓게 됐다. 하지만 차별과 싸우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의 분노의 행동이 되고, 차별에 대항하는 계층의 투쟁은 이기적이거나 욕구 중심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사람이 되기도 한다.

최근 25차까지 이어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권리 투쟁을 보며,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의 문제를 권리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불편으로 분노하고 혐오 대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도하는 언론과 여론이 생겨 개탄스럽기만 하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나 5월 10일이면 여당이 될 사람들이 하는 발언을 보며, 성찰 대신 혐오와 대립으로 끌고 간다면 언젠가 구조적 차별의 틀에 모두가 갇히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장애인 참정권을 이야기하면서, 장애 차별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차별 철폐의 기회를 날리는 우를 범하는 정치권과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