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표의 용인 어제와 오늘

1996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용인향토사학자 고 박용익 선생과 한국민속촌 방향에서 기흥구 지곡동으로 산길에 다름없는 고개를 넘어간 적이 있다. 고갯마루에서 본 광경은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뜻 밖에도 산 아래 너른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피난골이란 이런 곳이구나!’ 싶었다. 당시 올라섰던 곳이 ‘사은정고개’였다.

불과 몇 해 만인 2000년 들어서 마을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지방도 제315호선 개통이다. 기흥구 서천동-상하동 노선으로 국도 42호선 효자고개 부근과 연결되는 도로다. 이로 인해 마치 울타리를 개방한 격이 됐다. 간신히 넘어 다니던 높은 고개가 사실상 고개랄 것도 없이 평지에 놓인 4차선 길로 변했다.

지곡동은 본래 한산 이씨 외에도 청주 한씨, 밀양 박씨, 제주 고씨, 청풍 곽씨 등이 오랫동안 세거해 왔던 집성촌이다. 오늘날에는 물류창고와 전원주택지가 파고들고 연구소 등까지 혼재해 있어 오랜 전통마을의 모습은 오간데 없다. 길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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