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분구 어디로 가나

특례시로 전환된 용인시가 풀어야 할 현안 중 하나가 지역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기흥구 분구 문제다. 옛 기흥읍 지역을 선거구로 둔 도·시의원 및 주민과 옛 구성읍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시의원 등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승인 요청 2년이 다 돼가도록 행정안전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당장 행안부가 기흥구 분구를 승인하더라도 조례 입안 등 행정절차와 구청 개청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흥구 분구는 민선 8기 용인특례시장과 9대 용인시의회의 몫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흥구 분구 전후 관할 행정구역안
기흥구 분구 전후 관할 행정구역안

◇기흥구 분구 행안부 승인 요청 2년

용인시가 기흥구 분구를 추진한 지 3년이 지났다. 용인시는 2019년 5월 분구 승인권자인 행정안전부와 업무협의를 통해 시작됐다. 시는 당시 용인시정연구원 수행 연구과제로 ‘100만 광역행정체제 구축을 위한 분구 설계방안’을 토대로 기흥구 분구 기본계획 추진안을 수립했다. 분구 설계방안 용역을 통한 실태조사와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2020년 1월이다. 용인시는 다음달 경기도에 분구 기본계획을 제출했으며, 타당성 검토를 마친 경기도는 3월 행안부에 구 설치를 건의했다.

용인시가 기흥구를 분구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요건 충족과 지속적인 인구 유입에 따른 행정수요 증가다. 기흥구는 2017년 이미 법적 분구 기준(40만명 초과)을 충족했다. 당시 기흥구 인구는 경북 포항시나 경남 양산시 등 지방 대도시와 인구가 비슷한 43만6000여명에 달했으며,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였다. 3년이 지난 2021년 11월 말 현재 44만2000여명으로 더 늘었다. 또 경기 용인플랫폼시티 등 개발이 예정돼 있어 머지않아 기흥구 인구는 5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행정수요의 증가도 분구 필요성으로 제시되고 있다. 용인시에 따르면 2019년 행정수요 지수 비교 결과 기흥구가 처인구, 수지구에 비해 더 높다. 특히 수지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행정수요가 많은 실정이다. 2019년 기준으로 기흥구는 생활폐기물 처리 등 청소행정, 불법주정차 단속 등 생활민원, 부동산 거래 신고 등 부동산, 세무, 사회복지, 산업 등 일부 시설관리나 건설도로, 건축허가 등을 제외하고 3개 구 중 가장 많다. 기존 행정체제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민원을 원활하게 처리하는데 한계가 크다는 의미다. 특히 특례시 이후 구청의 위임사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흥구 분구 계획안.
기흥구 분구 계획안.

◇주민편의 개선 등은 긍정적 효과

용인시는 기흥구가 분구되면 공공기관 신설과 주민편의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회와 119안전센터, 경찰지구대, 보건소 등의 신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구청을 복합문화시설로 건립할 경우 주민편의성이 확대되고, 마을버스 노선 등의 신설로 교통편의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마북·보정동 등 지역 주민들의 교통 접근성이 향상돼 상대적인 불균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거구와 행정구 불일치 문제가 해결돼 지역공동체와 역사성을 공유할 수 있는 대표성을 지닌 국회의원이 선출돼 지역주민의 의견 반영이 비교적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구에 찬성하는 측은 기흥구 주민들의 응집이나 공동체 형성에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공동체성 회복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분구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치분권과 담당 팀장은 “분구 시 상대적으로 낙후된 옛 기흥읍 지역과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등 지역균형 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분구가 되면 보정동이나 동백동처럼 복지문화복합청사 건립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분구 찬반 논란 갈등의 핵심 의견수렴

기흥구 분구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분구 추진 과정에서 진행된 의견수렴 절차와 내용이다. 그 빌미가 된 것은 2020년 2월 시의회의 분구에 관한 의견청취에서 제시한 의견이다. 당시 자치행정위원회는 “분구 시 관할구역 설정 부분은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및 여론조사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 후 진행할 것”을 의견으로 채택했다.

기흥구 신갈동 마북 보정동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경기 용인플랫폼시티 예정지역 전경
기흥구 신갈동 마북 보정동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경기 용인플랫폼시티 예정지역 전경

기흥구 광역 분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분구는 기흥구 전체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으로 충분한 검토와 공정한 정보 제공,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지만, 특정지역 의견만을 수렴해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를 이유로 분구 관련 주민설명회를 취소하고 분구계획안을 공고문으로 대체하는 등 과정상 문제가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분구를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용인시가 기흥구 분구 진행 과정을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기흥구 주민들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 권리 침해에 대해 밝히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자영 의원은 “행안부의 분구 결심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르는데, 절차적 정당성은 주민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성남시, 고양시, 화성시가 분구를 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황재욱 의원은 “기흥구 분구는 용인시민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두 차례에 걸쳐 시민여론조사에서 많은 시민들이 기흥구 분구를 기다려왔음이 증명됐다”며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사이 용인시는 특례시로 발돋움했고, 인구는 44만명으로 비대해 졌으며, 앞으로 50만을 넘어서는 대형 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3개구 행정체제로는 용인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게 황 의원의 주장이다.

◇“원도심 등 낙후지역 계획적인 도시계획 필요”

분구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의원들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설명이 분명하지 않은데다 분구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옛 기흥읍 지역의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흥구 광역 분구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지역간 불균형을 강조했다. 가칭 구성구는 플랫폼시티, 옛 경찰대 부지 개발로 대규모 인구가 유입되지만, 기흥구는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고 플랫폼시티로 인구가 유출될 가능성이 커 구별 인구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학군 조정으로 인한 기흥구 주민들의 교육 선택권 축소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원은 지난해 11월 ‘기흥구 분구 승인 촉구 결의안’에 대한 반대 토론에서 “분구 청사에 1000억대 혈세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재욱 의원은 “분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고 말하지만 이는 바로 앞에 놓인 상황만 보고 용인시 미래는 살피지 않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행정비용에 대한 미래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흥구 분구 갈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흥구 분구 갈등에 대한 쓴 소리다. 한 인사는 “정치인, 공무원 누구 하나 기흥구 분구에 대한 대책 마련은 언급하지 않고 분구만 하겠다는 것이 문제”라며 “분구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지역으로 분류되는 신갈동을 비롯한 옛 기흥읍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 등 발전방안에 대한 이야기 없이 서로 주장만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흥구 분구에 대한 장·단점이 모두 있는 만큼 단점을 보완할 대책을 세우는 게 용인시와 시의원 등 정치권이 해야 할 의무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 마련과 신갈오거리 등 원도심 발전방안 등 기흥구 지역에 대한 도시계획을 통해 가칭 구성구와의 불균형과 플랫폼시티 건설로 얻을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찬반 논란이 커질수록 행안부의 분구 승인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치분권과 담당 팀장은 “분구 타당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1년 여가 소요됐는데, 민원 발생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는 한 분구 승인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있어 분구가 승인난다 해도 조례 입안 과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해 상반기 중 분구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래저래 기흥구 분구는 차기 용인시장과 시의회 의원들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여 끌어온 기흥구 분구는 논쟁 속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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