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받네(열받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등은 모두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줄임말과 유행어들이다. 이같은 줄임말과 유행어는 꽤 오래 전부터 시대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변형했다가 사라졌다.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유행어를 만들고 언어를 즐기는 것은 자국의 언어를 갖고 있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현암고 허세준
현암고 허세준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부각되곤 한다. 청소년층이 지나친 유행어와 줄임말 남발로 국어의 기본 어문을 파괴하며, 이에 따라 점차 어휘력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NS나 뉴스 등을 통해서 청소년 혹은 갓 성인이 된 이들이 어휘에 대한 무지로 봉변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어휘력 부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상식의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상식의 대부분은 어휘로부터 시작된다. 상식으로 취급받는 특정 분야의 용어나 현상, 혹은 사건 모두 어휘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들이 상식으로 갖고 있는 역사적 사건인 ‘임진왜란’이나 ‘광복절’ 같은 경우에도 ‘임진왜란’은 임진년에 일어난 왜의 난’, ‘광복절’은 ‘빛을 회복한 날’과 같이 어휘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연평도 포격 사건’ 같은 것도 연평도라는 지명과 포격, 그리고 사건의 뜻을 알면 어떠한 일인지 눈치챌 수 있다. 지나친 유행어 사용은 세대 간 소통을 단절시키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성세대가 분위기와 맥락에 따라 형성되는 유행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10대는 이런 유행어의 특성을 묵인한 채 자신들 뿐 아닌 어른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를 사용한다. 이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들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기곤 한다. 이렇게 언어적으로 통하지 않으면 소통도 줄게 되며 소통이 준다면 세대 간 간극과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도 않는 어휘를 모르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앞서 말한 새로운 단어 창조의 긍정적인 면만 존중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존 없는 창조는 그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언어는 그 민족의 얼을 담고 있다. 언어를 잃는다면 민족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고유어와 한자어는 예부터 우리 민족이 사용해온 역사를 담고 있는 어휘들이다. 고유어 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창조는 보존돼있는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언가 남아있는 것이 없다면 애초에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밥도, 나물도, 고추장도 없는 상태에서 비빔밥을 만들라고 한다면 가능할리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청소년들의 언어 사용 실태는 어떨까? 약 3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욕과 외래, 외국어 사용 빈도, 자신이 생각하는 어휘 수준, 그리고 ‘금일’, ‘명일’, ‘기근’, ‘낭창하다’, ‘명징하다’의 뜻을 물어보는 어휘 시험을 포함해 설문조사했다.

욕 사용 빈도에 대해 응답자의 32.1%만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고, 67.9%의 청소년이 욕설을 한다고 답했다. 전체의 35.7%는 셀 수 없이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평소에 사용하는 외국·외래어 사용 빈도에 대해 단 3.6%만이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96.4%는 외래·외국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중 3.6%는 70~100%의 비중으로 외래·외국어가 차지한다고 했다.

어휘력을 묻는 질문에는 과반이 넘는 53.6%가 ‘어느 정도 있다’고 답했으며, 아주 많다가 7.1%, 아예 없다가 3.6%를 차지했다. 이어서 진행한 어휘 시험에서 85.7%가 ‘금일’의 뜻을 맞췄지만 57.1%가 ‘명일’의 뜻을 모른다고 답했다. ‘기근’의 뜻은 71.4%가 맞췄다. ‘낭창하다’는 39.3%가 맞혔지만 60.7%가 ‘모른다’ 혹은 오답을 골랐다. ‘명징하다’의 뜻은 50%가 정답을 맞히고 50%가 틀렸다.

이 설문을 통해 느낀 점을 묻자 간단한 퀴즈인데도 답을 몰라서 놀랐거나 이를 통해 새로운 어휘를 찾아보게 되었다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 활동을 통해 청소년을 일반화 시킬 수 없겠지만, 청소년의 언어 사용에서 생각보다 욕설 사용이 적으며 외래·외국어 사용이 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낭창하다’, ‘명징하다’를 제외한 기본 어휘에서의 오답률도 현재 청소년의 어휘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응답자들이 설문을 통해 새로운 어휘를 공부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이 스스로 어휘 공부를 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현 세태에 대한 극복에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다. 창조가 언어를 가진 우리의 의무이지만 보존 또한 의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보존 없는 창조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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