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주민들 삶의 현장인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직접 연관된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참여해 결정하는 ‘생활자치’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생활자치에 대해 보편적으로 정립된 정의는 없으며,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개념과 범위와 내용에 관한 합의나 공감대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해동
정해동

우리나라는 그동안 분권에 초점을 맞춰 중앙으로부터 더 많은 권한을 이양받기 위해 학계와 자치단체들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30여 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어 2022년 1월부터 시행하게 된다.

주민조례청구권 등 주민주권이 강화되었고,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방의회는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는 등 자율성과 전문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특례시 설치 근거 등 권한과 위상도 부족하지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자치분권의 결실은 주로 제도적 자치의 확장이다. 실제 지역 주민의 반복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지방자치 체감도는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렵다. 동네 또는 마을, 읍면동이라는 작은 지역단위에서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찾아보고, 문제와 해법을 도출해내는 것이 생활자치의 모습이다. 한 마디로 생활 속 불편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마을 만들기, 마을협동조합, 도시농업 등의 마을공동체사업이나 지역의 환경 개선과 교통안전 문제, 작은 도서관 사업들도 대표적인 생활자치의 모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공공의 지원을 통해 활성화되는 것은 공동체 형성과 지방자치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편, 제도적 장치로서 ‘생활자치’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바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다. 성격과 역할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 가장 근접한 생활 속 지방자치 현장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민자치 조직은 풀뿌리 지방자치로서 본래의 역할보다 취미, 건강, 문화 등 각종 주민 프로그램 운영이나 자원봉사 기능 위주로 주민에게 인식되어 왔다.

마을 또는 지역단위 공동체를 만들고 지방자치 학습의 장을 통해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는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거듭날 필요가 있다. 생활자치는 지역공동체를 전제로 하고 있고, 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자치조직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자치의 모든 영역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참여 없는 자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다스린다’는 ‘자치’는 관심, 이해, 참여, 실천의 순환이다.

이제 지방자치는 종전의 제도자치, 자치분권, 단체자치, 대의자치 중심에서 생활자치, 주민참여, 주민자치, 참여자치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할 시점에 왔다. 가까운 곳에서 쉽고 작은 일에서의 생활자치 문화를 만드는 것이 풀뿌리자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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