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필자 집에 정착한 반려견.
우여곡절 끝에 필자 집에 정착한 반려견.

추워진 날씨 덕분에 점점 게을러지고 있는 요즘이다. 매일 산책하러 나가던 좋은 시절은 가고 바깥 활동보다 따뜻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안에서 개와 마주하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났다. 활동량이 많은 개는 산책 가자 보채며 필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여러 번의 파양경험이 있던 개는 우여곡절 끝에 필자 집에 정착했으며, 우리 가족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필자의 집으로 온지 3년이 넘었지만 사람에게 버려진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유난히 크다. 그러다 보니 필자 집으로 오는 손님에게 미리 고지하도록 신신당부하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시킴으로써 서로의 노력으로 조금씩 길들여가는 중이다.

가지치기 한 수국
가지치기 한 수국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대표적인 종을 꼽으라면 흔히 개라고 칭할 것이다. 유전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키우는 개는 회색늑대와 99.5% 일치한다.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인 4만 년 전부터 가축화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어찌 되었든 개는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과 매우 친숙하게 살아온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늑대를 길들여 가축화시키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을 소비해온 탓에, 이러한 길들임의 행태가 자연스럽게 인간 삶에 깊이 녹아들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신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기 이전부터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감히 타 생명에 대한 간섭의 행태를 매우 오래전부터 지속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습성은 개 외에 소나 닭, 말과 같은 동물의 사육뿐만 아니라 쌀, 밀, 옥수수, 감자 등과 같은 식물에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금도 우리 생활에서 의례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버드나무 가지에 접목한 셀릭스
버드나무 가지에 접목한 셀릭스

우수한 또는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유전자를 가진 종만을 선택해 계속해서 교배해 키우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식물에게 적용하는 길들이기는 가지치기이다. 나무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잔가지로 인한 수분이나 양분의 손실을 막아 튼튼하게 만들어주기 위함이 크다.

산딸기나무는 열매가 나왔던 묵은 가지에서 다음 해 열매가 덜 열리기 때문에 딸기 수확 이후에는 모두 잘라 준다. 새로 나오는 가지에 영양분을 집중적으로 제공해 내년에 많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다. 포도, 사과, 배 등 우리가 좋아하는 과실수들은 농사 과정 중에 가지치기가 필수다.

가지치기할 때마다 기로엔 선 초보정원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나 요즘 인기가 한창인 수국과 같은 꽃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해준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을 많이 피우기 위해, 또는 아름다운 수형을 위해 약한 가지들은 과감하게 잘라준다.

초보정원사인 필자는 아직까지 가지치기할 때마다 기로에 서 있다. 과감히 잘라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지만 자르는 순간 ‘잘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늘 고민이다. 그러나 고민이 무색하게 과감하게 가지치기한 나무는 금방 새싹을 피우고, 주춤했던 꽃대가 올라오며, 더 튼튼하고 풍성한 가지로 자란다. 버림의 미학, 선택과 집중은 작은 정원에서도 적용된다.

아름다운 수형을 위해 가지치기 한 소나무
아름다운 수형을 위해 가지치기 한 소나무

이 외에 서로 다른 종류를 강제로 접붙여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접붙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과, 체리, 배, 감 등 과실수에 주로 적용하며 생존력이 강해 뿌리 활착이 잘되는 식물을 대목으로 하고, 열매를 얻기 위한 식물을 접목으로 한다. 생산량과 맛, 크기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로마 시대 때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사람들의 식물 길들이기 역사 또한 가늠하기 힘들다.

길들임이라는 말이 어찌 보면 강제적인 느낌이 포함된 것 같아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가 길들임에 실패했더라면 인간 역사의 지속성은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길들인 벼는 인간뿐만 아니라 참새와 같은 다른 야생 생물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어린왕자’에게 ‘여우’가 말해주었던 것처럼 길들인다는 것은 결국 관계를 맺는다는 것, 언제나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알게 모르게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를 길들이고 있다.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감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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