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
김영범

이달 21일부터 공동주택 경비노동자가 경비업무 외에 분리수거, 택배관리 같은 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된다. 그동안 공동주택법의 경비업법에서는 아파트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무만 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 시초는 서울 최희석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 폭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 업무만 수행해야 하지만 사실상 단지 내 모든 일을 도맡아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비원은 경비 업무를 포함해 △청소 및 이에 준하는 미화원의 보조 △재활용품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주차관리 △택배물품 보관 등만 하면 된다. 이 밖에 △공용부분 수리 보조 △단지 입구 안내문의 게시 및 우편 수취함 투입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에서 주차관리 △택배 물품 보관 업무와 택배의 배달은 금지된다.

10월 21일부터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대리주차나 택배 배달 등 업무가 아닌 일을 시키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을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적용해 생기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경비는 필요하고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감시·단속적 노동자라는 족쇄를 채워 놓고 주휴수당, 연장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나 5인 미만 사업도 아닌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해법을 놓고 사회적 대화의 틀에서 정부여당과 아파트 경비원 주체, 아파트 주체들이 만나 7차례에 걸쳐 대화를 해온 것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경비원이 없는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을 겪으면서 드러난 노동자들이 필수노동자들이다. 7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경비원이다. 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에 대해 용인지역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장 반응은 이렇다.

기흥구 모 아파트 경비원은 “그동안 경비원들은 경비 업무 외 다른 업무를 하게 되더라도 해고될까 봐 문제 제기도 못하고 늘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이제 그 업무들이 법적으로 인정되니까 매달 경비원들이 따로 받던 3~5만원 상당의 분리수거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노동 시스템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전근대적인 24시간 맞교대 근무체제로는 오래 갈 수 없다. 60~70대 고령의 노동자들이 3년간 과로사로 7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는 그것을 증명한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업무의 70% 이상이 관리업무다. 경비노동자가 아닌 관리원인 것이다.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아닌 관리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인건비 인상을 불러올 수 있고 입주민 관리비 인상으로 감원·해고로 이어질 요인이 될 것이다.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컨설팅을 수행해 단계적인 과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중앙정부의 고용안정 지원 예산 배정도 따라야 할 것이다.

용인경비노동자협회는 8월에 창립해 경비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때맞춰 용인시 공동주택 경비노동자인권보호조례가 9월에 통과돼 조금은 의지할 곳이 생긴 것 같다.

용인아파트경비노동자협회는 용인시장과 간담회에서 △경비원의 인간성 회복 차원의 노동을 위해 24시간 근무제에서 8시간 근무제로 개편하는 컨설팅 사업 △용인시아파트연합회와의 협약식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 및 상호 협력 방안 마련 △용인시 아파트 경비원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3개월, 6개월 초단기계약 근절 △아파트 입대의 노동인권교육 및 시행령 개정에 대한 교육 사업을 요청했다.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도록 만든 지금의 비인간적인 아파트 경비노동자 근무체제를 인간성이 회복되는 노동조건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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