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역 최대 민원으로 님비 vs 생존권수호의 격한 대립 일으켜

팔당수계지역 및 동부권의 시급한 하수처리장 설치요구와는 달리 서부지역 특히 수지지역의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은 첨예한 반대투쟁으로 예산만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게 반대가 심하면 그 아파트 통째로 사버리지 그래. 주민들은 그 돈으로 다른데 이사가면 될것이고. 사업지연으로 까먹는 돈이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않나?”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수지하수처리장을 둘러싼 지리한 싸움은 행정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이해 당사자인 죽전동민을 포함한 우리 용인시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하수처리장 설치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나는 하수처리장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지역주민들과 공청회 등을 통해 군량뜰에 설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적극적인 주민이해 설득과 병행하여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 이미 2003년 말까지 관련기관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심의를 마쳤고 향후 사업시행자 선정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이행해, 2006년 말까지는 전 시설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본지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이정문 용인시장의 말이다.

이 시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죽전하수종말처리장의 입지선정문제는 일단락된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 갈등이 컸던만큼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시장이 밝혔듯이 현재 시는 40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자되는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지하수처리장을 비롯한 12곳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키로 하고 지난 3월 용인시 민간투자사업 유치심의를 마치고, 환경부와 경기도 협의를 끝낸 뒤 지난 12월 26일에는 기획예산처로부터 민간제안사업 심의의결을 통보받은 바 있다.

나아가 지난 31일에는 최초 제안자인 가칭 용인클린워터주식회사가 제안한 내용과 제3자 제안을 위한 공고를 냈으며, 3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협상하고 2006년 12월까지 시설을 준공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지역의 11개 하수시설과의 분리 추진’ 및 ‘원인자부담금에 의한 하수처리장 분산 설캄주장을 하는 죽전2동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남아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견학지 선정 착오로 오해만 증폭

한 때 민민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던 수지하수종말처리장 문제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여러가지 요인들을 안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내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의 시설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도심에 위치한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인데 그 규모면에서도 대형 시설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컷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30일 용인시에서 시의원들과 관련 공무원, 주민 등 50여 명을 대동해 국내 하수처리시설 견학을 실시했다 궁지에 몰린 일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시가 견학지로 택한 곳은 대구시 용계동 안심하수처리장과 두상동 지산하수처리장. 두 곳 모두 완전 지하로 시설이 설치된데다 지상은 잔디가 깔린 체육시설에 산책로 등을 조성, 용인시가 수지하수종말처리장에 추진 계획하고 있는 시설구조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시설 모두 하수처리용량이 수지 처리장 15만t의 3분지 1도 안 되는 4만5000t(지산), 4만7000t(안심)으로 소규모인데다 악취 유발 원인이 되고 있는 슬러지(하수찌꺼기)는 관로를 통해 30km 떨어진 신천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져 처리되고 있다는 것.

시가 선정한 두 견학시설 모두 물을 정화해 방류하는 1차 처리만을 담당, 하천 건천화를 막는 분산 하수시설로 가동되고 있는 실정이다.

악취가 나지 않는 쾌적한 시설을 견학지로 선택했던 시는 결국 처리용량의 차이와 슬러지 처리로 인한 악취 제거에 관해서는 해답을 내놓지 못한 꼴이 돼 오히려 분산처리를 주장하는 주민들에게 설득력을 잃게 될 처지다.

이같이 시가 죽전지역 실정과 차이가 있는 견학지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수지하수종말처리장과 같은 대규모 용량의 통합시설이 지하화된 사례가 국내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용인시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 수지하수종말처리장과 비슷한 규모로 지하 설치된 일본 하수종말처리장 견학을 추진했지만 또다른 이슈를 제공하고 말았다.

즉, 주거지역이 밀집한 일본의 시설들 대부분이 하천 건천화를 막기 위해 물과 찌꺼기를 분리하는 수처리만을 담당하고 슬러지는 관거로 압송, 한데 모아 처리하는 방법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주민들이 시에 적극적인 도입을 건의한 것이다.

수처리만을 하는 하수시설의 경우, 악취 발생이 거의 없어 민원의 소지가 적은데다 작은 평수에 처리시설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알려졌다.

견학에 참여한 주민들은 ‘작은 부지에 수처리만을 할 수 있다면 죽전처리장 건립을 얼마든지 재고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민들의 추가 제안에도 시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다면 용인시가 군량뜰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선진 모델 활용위한 포석도

용인시가 군량뜰을 고집하는 첫번째 이유는 죽전 군량뜰이 추가전력의 공급없이 자연적인, 즉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하수차집이 가능한 장소라는 점이다.

두번재 이유는 하수의 방류선 확보가 용이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막대한 방류관거시설비와 관거의 손실수두 없이 처리수를 바로 하천으로 흘려보낼수 있는 곳이 군량뜰이라는 얘기다.

세번째 이유는 하수처리장 시설부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주민의 휴식, 문화공간으로서 제공되기위해 가장 접근성이 뛰어나고 활용도가 높을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그 이유다.

네번째 이유는 하수처리장의 시설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을 들고있다. 50년 이상 장기간 이용하는 도시기반시설이므로 향후 20년 이후 하수변동을 예측하여 선정한 시설확장이 가능한 부지라는 얘기다.

종합적으로 볼때 하천변에 위치하고 최소 필요면적인 110,000㎡이 확보된 곳이 군량뜰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수지하수종말처리장을 국내 하수처리장의 선진 모델로 활용하려는 환경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전국 각지에서 발생될 하수처리수요와 민원을 일시에 해결할 최상의 모델로 수지하수종말처리장이 선정된 느낌이다.

이러한 용인시와 환경부의 의지를 꺾기엔 주민들의 힘이 너무나 미약한게 현실이다.

기흥·구갈처리장도 홍역치러

수지하수종말처리장이 민원의 대표격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던 와중에 또다른 도시지역 하수처리장 건립이 표면화 되었다.

기흥하수종말처리장과 구갈하수종말처리장이 2002년 7월과 2003년 4월 각각 착공한 것이다.

설치계획이 발표되었을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건설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도 있었지만 두 사업 모두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민원을 최소화한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기흥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처리장 상부를 주민친화시설로 조성하고 생활환경개선 사업을 지원키로 하였으며, 구갈하수종말처리장은 처리시설 상부를 완전 복개, 공원 및 체육시설로 조성키로 했다.

상현, 서천, 고매하수처리장 등 앞으로 이어질 또다른 하수처리장건설 사업에서도 이처럼 원만한 처리가 신속히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한걸음 더나아가 시는 건설사업 추진과정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건설이 종료된 후에도 주민들과 주기적으로 주민협정서를 체결, 수질농도를 주민과 협의하는 한편, 상대적 피해에 노출되어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데 노력해야만 할것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 하거나 합리적 보상이 뒷받침된다면 님비라는 말도, 생존권수호라는 투쟁구호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현석(본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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