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2021년 6월까지 화이자, 모더나 등 8종류의 백신이 승인되었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개발된 백신들도 제한적 승인을 얻어 사용되고 있다. 2021년 2월 아스트라제네카사와 화이자사의 백신이 공급되면서 접종센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접종이 시작되었다. 3개월간 부족한 물량으로 일부 접종센터와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던 예방접종은 5월 27일에 비로소 전국 1만여 곳의 의료기관에서 전면적인 접종이 시작되었다.

안정성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했던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이었던 만큼 접종률에 대한 걱정이 많았으나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5월 27일 첫날 하루에 71만6000명이 접종했다. 전국 접종센터에서 매일 10만 명가량 접종이 이루어진 것과 비교해 7배나 많았다. 이 후 매일 60만 명에서 8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이 의료기관을 찾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 병에 10회분인 5ml가 충전되어 있으나 손실을 고려해서 20% 정도 더 들어가 있다. 최소잔량주사기를 이용할 경우 마지막 20%, 두 명 분의 추가 확보가 가능했다. 백신 한 병, 한 병 조심스럽게 뽑는 과정은 매번 성공할 수 없다. 처음 정부가 의료기관에 준 최소잔량주사기는 한 병에 10개뿐이었고 나중에서야 추가 물량을 보내주었다. 일반 주사기로는 추가적인 2명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한명이라도 더 접종하기 위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자체 비용을 들여 구입했다.

단기간에 진행된 접종은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고열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었고, 때로는 해열제로 해결되지 않아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대한 걱정으로 몸에 멍이 드는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서 문의하는 경우도 많았다.

백신 자체의 안정성 논란뿐 아니라 접종 과정에서 용량을 다르게 주사하거나 전혀 다른 종류의 의약품이 투여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백신의 안전관리 문제다. 일반적으로 백신의 안전 관리는 제조 운반 단계, 접종단계, 접종 후 단계로 구분된다.

접종 전 단계 중 제조 설비의 안전성, 제조과정의 오염 여부, 적격성 등으로 보건당국과 제조업체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과 의료계 역시 문제가 없는지 감시 역할이 필요하다. 영하의 저온에서 유통해야 하는 백신 이송은 현재 군 병력까지 참여하여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접종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보관 유통 역시 중요하다.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시 한국 보건당국의 저가 정책으로 문제점을 노출한 적이 있다.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을 위해서 비용을 아낀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한국 보건당국의 저가 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용량접종 용량이 다르거나 다른 종류의 백신, 의약품 주사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접종 단계의 오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간 44명이 의료진의 실수로 항체치료제를 주사한 사례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연구 과정에서는 용량 오류로 절반 용량이 1차에 접종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부작용을 우려해서 용량을 줄여 접종하거나 다른 종류의 의약품이 주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접종 용량 오류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현재 백신 한 병에서 주사기로 여러 명 분의 분량을 나누어 쓰는 방식이 아닌 사전충전 1회용 주사기 형태의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은 여러 문제로 사용되지 않는 형태다. 독감 백신을 비롯해서 최근 출시되고 있는 백신들은 모두 사전 충전 1회용 주사기 형식으로 제품화되어 접종 오류 위험성을 상당히 낮추었다.

어쩔 수 없이 과거 형태의 코로나19 백신 제품이 공급되는 한 의료계와 국민 모두 주의하여 접종 오류를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 용인시의사회는 문진표 단계에서 색깔별로 백신을 구분하는 문진표를 지역 의료기관에 공개하였다. 일부 공간적 여유가 있는 의료기관은 백신 종류별로 접종 장소를 다르게 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접종하는 시민들도 본인이 맞는 백신 종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접종 직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접종 이후 단계의 접근도 중요하다. 백신 접종 이후 특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역 의료기관의 정보공유는 안전한 접종을 위해 중요하다. 접종 과정을 재검토하여 개선 가능한 부분을 발견해 재발을 막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종기관이 하나, 둘 줄게 되면 인근 의료기관의 부담이 증가해 오히려 안전한 접종을 막을 수도 있다.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경우 전문 지식이 없는 국민이 백신과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정부도 백신 접종을 독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직 많은 것이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 관련성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의 여러 행위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최선이었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보험은 양측의 차이를 메우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러 시행착오도 있고, 새롭게 발견된 사실도 있다. 여러 정보를 모아 분석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더 안전한 접종이 될 수 있도록 연구도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경우 정보수집, 연구 분석 등에 대한 지원은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 부족한 상태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극복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눈에 잘 띄는 백신 접종자 혜택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접종하지 못한 사람이 70% 이상이다.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 정부가 방역단계를 완화한다고 해도 마스크와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빠른 검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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